세상이 빨리 변한다고들 말한다. 그 중 가장 빨리 변하는 것은 아이들의 세계다. SNS와 온라인 세계를 떼놓고는 아이들을 말할 수 없다. 아이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지나 유튜브까지 섭렵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아이’는 어떤 것을 보고 있는가. SNS를 하고 있는 자식의 계정과 친구 관계인 부모는 몇이나 되는가. 내 아이의 친구는 누구인가.
영화 ‘서치’(searching, 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온라인 속에서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에 주목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국계 가정의 가장인 데이빗 킴(존 조)은 부인 파멜라(사라 손)과 하나뿐인 딸 마고 킴(미셸 라)을 낳았다. 그러나 파멜라가 죽은 후 데이빗과 마고의 사이는 서먹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마고가 사라진다. 생물학 숙제 때문에 친구의 집에서 밤을 새운다고 말한 영상통화를 마지막으로 마고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데이빗은 마고가 사라진 지 약 16시간만에 그 사실을 깨닫는다. 아침에는 당연히 학교에 간 줄 알았고, ‘쓰레기 언제 버릴 거니?’라는 문자 메시지를 하지 않았더라면 더 늦게 알았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문자에 대답하지 않는 마고의 행방을 찾던 데이빗은 그녀가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고, 정기적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던 피아노 레슨도 6개월 전에 이미 중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이빗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에게 ‘마고의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데이빗은 자신이 마고의 친구들 중 누구의 연락처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데이빗에게 남은 단서는 파멜라와 마고가 쓰던 노트북 뿐이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에서 데이빗의 딸 찾기, ‘서치’가 시작된다.
감독인 아니쉬 차간티는 구글 글래스로 만든 단편영화 하나로 24시간만에 100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를 기록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영화 속에서 새로운 포맷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집중했다. 영화 속에서 단 한 번도 인물들은 카메라에 직접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노트북 카메라로, 아이폰 속 영상으로, 혹은 유튜브 영상이나 CCTV로. 온라인을 통해 마고를 찾는 데이빗의 여정은 온전히 노트북 속에 담긴다.
기존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온라인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몰입하기 쉬운 포맷이다. 그리고 두 집단의 교집합인 관객들에게 ‘서치’는 그 어떤 영화보다 새롭고 신선한 추적극이 된다.
영화가 다루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간결하다.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소중한 가족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다. 당장 내 가족이 온라인에서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서치’는 바뀐 세상 속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가족 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제 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다만 이 영화를 본 부모가 자식의 SNS를 찾아내 팔로잉한다면 데이빗과 마고 같은 가족관계는 영원히 만들 수 없을 것이다. 12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