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좌에 앉은 중종(박휘순). 공신인 영의정(이경영)은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중종이 못마땅하다. 조정에서 왕과 영의정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때, 인왕산에는 사람을 해치는 물괴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진다. 제사를 지내러 올라간 무당 일행이 사지가 찢어진 시체로 변하는가 하면, 산을 넘던 보부상들이 끔찍한 고름과 욕창이 뒤덮인 시체로 발견된다. 중종은 이마저도 영의정이 꾸민 바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믿는 사람을 내세워 물괴의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선언한다.
중종이 찾은 사람은 바로 10년 전 역병 진압 때 내금위장을 내던지고 사라진 윤겸(김명민). 역병 진압 때 살아남은 여자아이 명(혜리)을 딸로 키우며 부하 성한(김인권)과 셋이 살고 있는 윤겸은 중종의 명을 받고 물괴 조사에 나선다. 그러던 중 윤겸은 무당 일행과 보부상의 시체의 차이를 깨닫는다. 물괴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한양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물괴를 찾기 위해 조사단이 꾸려진다. 군역 대신 차출돼 온 평민들을 보며 성한은 혀를 찬다. 돈이 없어 억지로 군역을 수행하러 온 평민들을 데리고 물괴가 나타난다는 인왕산으로 들어가는 마음은 무겁다. 그 외에도 영의정이 보낸 사병들은 착호갑사(호랑이를 잡기 위한 군사)라는 이름으로 윤겸과 성한을 시시때때로 감시한다. 착호갑사의 우두머리는 한때 윤겸의 부하였던 진용(박성웅)이다.
‘물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틀은 단순하다. 백성들의 공포를 이용해 일을 꾸미는 우두머리들, 그리고 그 사이에 도사린 음모와 그것을 좌시하지 않는 왕의 신하들이다. 그 위에 물괴를 쫓는 스릴러와 음모를 파헤치는 추적을 더하니 스릴과 속도감이 커진다. 김명민이 김인권과 보여주는 합은 그의 유명한 간판 영화 시리즈 ‘조선명탐정’을 연상케 하지만 관객들은 이미 비슷비슷한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에 화려한 CG와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니 볼거리도 충분하다.
다만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단순함과 전형성은 양날의 검이다. 이해하기 쉬워 관객들도 편안하게 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재미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속도감을 위해 사용된 카메라 워킹은 몰입감을 해친다. 주연들의 B급 유머는 적절하게 웃을 때를 찾기 어렵고, 해피엔딩의 강박적 배치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시원시원한 전개와 간결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만한 것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는 12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