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의료기관 밖에서의 응급상황에서 의사들의 선의에 의한 처치를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더구나 의료계가 한방의료행위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혀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은 10일 한방에 대한 강한 반감을 담아 한방의료행위와 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원칙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이 밝힌 원칙은 크게 ▶한방제도 및 교육 폐지 ▶건강보험에서의 한방행위 분리 ▶한방 의료행위 부작용에 대한 무개입이다.
더 이상 한방의료행위로 발생하는 부작용치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국민건강과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의료행위를 건강보험에서 분리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방관련 교육과 제도를 모두 폐지해 의학 중심의 일원화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은 후 사망한 여교사 사건과 같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침행위 등 한방의료행위로 인해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한의계나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로 선의에서 이들을 도와왔던 의사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최대집 의협회장은 “의사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할 의학적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철저히 검증된 의료서비스만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앞으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생명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나 암환자, 중환자 등에 대한 가장 기본적 치료는 제공될 것”이라며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가급적 한방의료행위는 받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교사 사망사건과 관련 응급의료행위를 제공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9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린 것과 관련해 한방 부작용에 대한 일체의 무개입과 함께 의료기관 밖에서의 응급상황에서 선의로 의료행위를 시행한 의사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는 내용으로 응급의료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최 회장은 “의사들은 법에서 정한 절차와 원칙에 따라 의료기관 내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 대처하겠다”면서 “의료기관 밖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119로 신고해 응급구조사의 현장 응급의료행위를 받은 후 신속한 응급의료센터로의 이동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최근 의-한-정 협의체에서 논의된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및 교육제도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의료 중심의 통합을 위한 새로운 합의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한방으로 인한 국민건강의 피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다”며 “한방에 대한 의료계의 기본원칙에 따라 기존 면허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의 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의학 중심의 교육과정 일원화를 통한 의료통합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