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협상' 손예진 분투로 다채로워진 114분, 캐릭터 조형은 아쉬워

[쿡리뷰] '협상' 손예진 분투로 다채로워진 114분, 캐릭터 조형은 아쉬워

'협상' 손예진 분투로 다채로워진 114분, 캐릭터 조형은 아쉬워

기사승인 2018-09-11 00:00:00

서울지방경찰청의 위기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은 소개팅 중간에도 사건이 일어나면 현장을 찾아 직접 범인과의 협상에 임하는 등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양재동에서 인질극이 벌어졌지만 하채윤은 협상을 채 끝내기도 전에 현장에 들이닥친 특수기동대로 인해 인질 두 명이 모두 사망하는 사건을 겪는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회의감을 겪은 채윤은 사직서를 내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정팀장(이문식)은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얘기하자며 그녀의 사직서를 반려한다.

그리고 쉬고 있던 채윤에게 새로운 사건이 위임된다. 어떤 사건인지도 모른 채 상관들은 그녀를 일단 협상 테이블로 내몬다. 테이블에 앉은 채윤은 모니터 안에서, 민태구(현빈)라는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민태구는 자신이 태국임을 밝히며 두 명의 인질을 두고 협상을 시작한다. 그 인질 중 하나는 채윤의 상사, 정팀장이다.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은 극히 제한된 공간 안에서 오로지 두 사람이 눈빛과 말로 벌이는 인질 협상극을 다뤘다. 채윤은 경찰 상황실에서, 태구는 태국의 인질을 가둔 창고에서. 모니터로만 상황이 진행되며 인질협상의 거래만 오갈 뿐이기에 영화는 극히 얄팍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황실에서 벌어지는 수만가지 일들, 그리고 몰랐던 사실들이 한 겹씩 드러나며 상황실은 색을 갖춘다. 

관객들이 채 눈치채지 못했던 일들과, 모니터 너머이기에 감추었던 것들이 캐릭터에 의해 까발려지는 광경은 ‘협상’을 다채롭게 만든다. 영화는 상황실에서 협상에 임하는 손예진의 얼굴이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채우지만 다양한 표정과 상황, 손예진의 연기력은 지루함을 몰아낸다. 

다만 끝까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 현빈의 캐릭터가 가진 뒷면이 지극히 평면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계속해서 인질과 상대에게 시간을 주어가며 한 명씩 불러내 심판을 하려는 듯한 모습은 ‘협상’의 스릴감을 덜어낸다. 다양한 조연들의 캐릭터가 부딪치며 일어나는 화와 욕심, 짓눌림은 우리가 익히 한국영화에서 봐왔던 것이다. 오는 19일 개봉. 114분, 15세가.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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