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의 농촌활성화 관련 사업 보조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마냥 세고 있어 말썽이다.
특히 군수가 바뀌는 등 특정시기에 이른바 ‘혁신’ 등을 이유로 진행되는 조직개편에 의해 주무부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보조금 사업들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예천군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회룡포 인근 지보면 마산리 혁신마을사업에 5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보조했다. 당시 참깨가 유명한 이 마을(깨떡마을)의 이장과 주민들로 ‘마산혁신마을추진위원회’가 작목반처럼 꾸려지면서다.
마을 주민 총 7명이 각자 자부담 300만 원을 내고 위원회 회원으로 활동, 참깨를 이용한 각종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한편 팬션(민박업)도 운영했다.
토지는 위원회 위원장인 A(60)씨가 제공하고 가공작업장과 판매장, 팬션 등 각종 시설물 건축비는 예천군이 보조했다. 따라서 시설물에 대한 재산권은 예천군 보조금 관리 조례 등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
하지만 A씨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B씨에게 토지를 임대했다. 그리고 자신의 토지위에 보조금으로 조성된 시설물도 함께 넘겼다. 이 당시 2022년까지 10년간 임대하는 것으로 등기했지만 돌연 2년 뒤 해지했다.
회원들에게는 10년 동안 B씨가 토지와 시설물을 사용 또는 운영하는데 관여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A씨가 토지를 비롯한 시설물 모두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해서 그런 줄 알고 임대했다”고 털어놨다.
위원회와 관련된 C씨에 따르면 당시 A씨가 1억 원을 받고 토지를 임대했고 보조금으로 건립된 각종 시설물에 대해서도 운영을 함께 맡겼다.
이는 군수 승인 없이 보조금의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에 사용하거나 양도, 교환, 대여 또는 담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예천군 보조금 관리 조례를 어긴 셈이다.
특히 A씨는 위원회 임시회나 정기총회 회의록에 일부 회원 동의도 없이 도장을 찍어 각종 이권분쟁에 이용했다는 게 C씨의 설명이다.
위원회 회원인 D(58)씨는 “A씨가 내 도장을 회의록에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다”며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나는 도장을 찍는 것을 허락하거나 찍어 준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문제는 예천경찰서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회의록에는 팬션 영업 영위권을 무기한 A씨가 가지는데 회원 모두가 동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조금 80%로 조성된 회원 공동의 시설물을 특정 개인이 영위한다는 것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A씨는 위원회를 해산하고 개인 부담금으로 낸 300만 원을 회원들에게 돌려줬다. 70대 고령인 일부 회원들은 토지가 A씨 소유인만큼 보조금으로 조성된 시설도 A씨의 소유라고 믿고 손을 뗐다.
여러 대목에서 보조금으로 조성된 시설물을 사유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여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일부 주민들은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도 강력하게 물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보조금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예천군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다. 토지 등기부등본과 각종 서류 일체 등을 통해 규정 위반이 드러남에도 행정적이나 법적 조치에 대한 검토조차 없는 상태.
예천군 관계자는 “현재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데 A씨 소재파악이 어려워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시설물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면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천=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