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학교수 136명 “사법농단 관여 전·현직 대법관 공직서 물러나라”

전국 법학교수 136명 “사법농단 관여 전·현직 대법관 공직서 물러나라”

기사승인 2018-09-17 15:00:28

전국 법학 교수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사법부에 수사 협조와 인적청산을 요구했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등 136명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법농단과 증거인멸에 책임 있는 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원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 관여한 전·현직 대법관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국회는 즉각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대법관·법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학생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는 법학 교수라면, 내일의 법률가를 키우는 로스쿨 법학교수라면 밤잠을 자기 힘든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사법농단을 이야기하며 헌법적 문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법학 교수들은 “미래의 법률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우리의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선생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는 21개교 소속 로스쿨 교수 74명과 39개교 소속 법과대학 교수 62명 등 총 136명이 참여했다.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국 단위의 법학교수 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하 성명서 전문.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전국 법학교수 성명]

지난 1년 간 사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처음엔 대법원에 밉보인 일부 법관을 특별 관리해 인사 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태로 전개되고 있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할 법원에서, 그것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상고법원을 설립한다는 명분으로 권부의 핵심과 연결해 재판을 거래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조차 이렇게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관의 양심을 팔아 권부와 거래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지난 몇 년 간 학생들에게 중요 판례로 가르쳐 온 강제징용사건, 과거사 손배사건, 전교조, KTX 및 쌍용자동차 노동사건 등에서, 모두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하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이자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이로 인해 법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재판에 대한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니, 이 사태는 사법의 위기이자 정의의 위기요 국가의 위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사태에 대해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심히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것보다 훨씬 경미한 사건에선 국정조사나 특검을 실시하자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국회의원들이 왜 이 사태에선 입을 다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법원의 태도도 의아하다. 지금 우리 사법부가 일대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그 불신의 당사자인 법원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중차대한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진실규명에 협조한다고 천명했음에도 그에 따른 사법행정적 조치는 부족하기 그지없고, 관련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대부분 기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행위까지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은 심각한 사태다. 학생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는 법학교수라면, 더욱 내일의 법률가를 키우는 로스쿨 법학교수라면, 밤잠을 자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제자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학생들이 사법농단을 이야기하면서 헌법적 문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학생들이 과거사 사건에서 왜 대법원이 뜬금없이 소멸시효기간을 재심 판결 확정 후 6개월로 제한했는지를 물으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우리 법학 교수들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매일같이 대법원 판례를 가르치면서 사법정의를 강조하는 우리가 이 사태를 외면하는 것은 법학교수로서 양심상 허락하지 않는다. 법과 정의를 갈망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법률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우리의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제자들이 법률가와 법학도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선생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에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과 법과대학 등에 소속해 있는 우리 법학교수 일동은 다음 사항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1.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법농단과 증거인멸에 책임 있는 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2.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 관여한 전·현직 대법관들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라!

3. 국회는 이 사태에 대해 즉각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특별재판부설치를 위한 관련법 제정을 서두를 것이며,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대법관과 법관에 대한 탄핵절차에 돌입하라!

4. 국회는 재판거래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

2018. 9. 17.

전국 법학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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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21개교 소속 74명

법과대학(법학과) 소속 39개교 62명 총 136명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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