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상류사회, 우리 얼굴에 욕망이 씌어있다

[이호규의 영화토크] 영화 상류사회, 우리 얼굴에 욕망이 씌어있다

기사승인 2018-09-17 15:25:14

우리는 어떤 계층과 하이어라키(Hierarchy)에 속하고 있는가? 요즘 부동산 가격 상승과 더불어 집이 있는 자와 집이 없는 자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자, 일반 시민들은 회식이나 술자리에서 “집이 없는 나는 서민이고 집이 있는 너는 중산층이다. 강남에서 3채 이상 가진 자는 상류층이다” 등 현 시대의 상류사회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은 이들을 술안주로 재미삼아 떠들어대고 있다.

영화 상류사회(연출 변혁)는 부부가 각자의 욕망으로 저 높은 상류계층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치고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등장인물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 욕망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 부부는 장애물을 넘고 외적갈등에 놓이고 적대자와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며 극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인생과 흡사하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꿈꾸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추악하다. 집이 없는 서민은 번듯한 36평 아파트 1채를 가지고 크게 돈 걱정없이 사는 중산층을 꿈꾸고, 자식 교육비 걱정에 돈 모으기 급급한 중산층은 강남에 살며 돈 걱정없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강남 다주택자나 건물주를 목표로 자신의 신분을 타파하려 노력한다.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삶과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 한다. 상류사회는 전문직 중산층에 속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토대로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최대 미술관 관장이 되고 싶은 목표를 던져놓고 인간의 욕정, 배신, 탐욕, 시기, 교만, 분노 등 마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에서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을 나열하듯, 모든 인간이 집착하는 욕망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며 내포되어 있다.

사실, 등장인물 태준(박해일)과 수연(수애)는 대학교수, 미술관 부관장 큐레이터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성공한 인물이었으나, 감독은 이들의 직업을 상류사회에 속한 직업군으로 보지 않았다.

감독은 누구나 인정하고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누군가로부터 목표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을 상류사회 인물로 설계하고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발버둥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신랄하게 표현했다.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서 상류사회에 속한 금수저, 갑질을 일삼는 상류층의 모습은 자주 비쳐졌다. 그러나 상류사회에 입문하기 위해 욕망을 품고 달려가지만, 처절히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 캐릭터들은 제법 신선하다.

박해일이 연기한 장태준은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경제학 교수이며 시민단체와 연계되어 서민경제를 위한 남다른 비전을 내놓는 인물이다. 박해일의 얼굴에는 친서민적이면서도 냉혈한으로 돌변할 수 있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신분상승을 꿈꾸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려가지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니잖아요”를 외치는 모습 속에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로드맵을 알고 있지만, 양심이라는 인간의 또 다른 잣대에 휘둘려 내적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박해일은 잘 연기했다.

우리는 영화 속 태준의 모습을 보고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고 있지만, 과연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야 하나, 멈춰야 하나를 두고 많은 고민 속에 살고 있다.

수애가 연기한 오수연 역시 미래그룹 산하 미래미술관 부관장이다. 하지만 수연의 주변에는 더 큰 욕망을 꿈꾸는 직속상관인 관장 화란(라미란)과 부관장을 짓눌려 퇴출시키려는 후배 민 실장(한주영)과 출세욕을 두고 불꽃 터지는 한판이 시작된다.

“너 힐러리 같다”, “그러니까 당신도 클린턴 되고 나서 사고 치라고”라며 욕망을 품은 부부가 주고받는 대사는 상류사회에 미친 듯이 들어가고 싶은 그들만의 민낯이 잘 표현됐다.

어쩌면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상류사회 베이비였던 대한항공 조현아, 조현민보다 장태준, 오수연 같이 무언가 목마르고 편법과 논란에 휩싸여도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고 살맛나는지 모른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용이 된 금수저가 아니라 비록 시궁창에서 태어났지만, 용이 되기 위해 훨훨 나는 모습을 꿈꾸는 등장인물들에게 관객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낸다.

일반 관객들은 한용석 회장(윤제문)의 베드신이 낯뜨겁다고 말하지만, 을에게 갑질을 해대는 한 회장의 추악한 면모와 권력욕, 욕정을 한 장면으로 융합한 매력적인 컷이라고 생각된다.

변 감독은 한 회장의 검은 마음과 야욕, 정경유착을 비판하고 상류사회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권과 결탁한 전형적 정경유착, 예술이라는 키워드까지 묶어 자본, 예술, 권력을 쟁취한 일부 썩은 상류사회 무리들을 비판했다.

특히, 한 회장의 베드신에서 점도 진한 액체(정액 상징)를 뒤집어쓰고 욕정을 해결하는 장면은 모든 것을 손에 쥔 재벌의 가장 추악한 면모를 상징했다.

영화 상류사회의 재미는 우리 사회 주변의 다양한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신분상승을 꿈꾸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교만해지고 욕망을 표출하고 모순되고 탐닉하는 얼굴로 변모한다.

상류사회에 살고 있는 그들의 뻔한 모습보다, 상류사회에 입성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괴로워하는 우리의 모습이 영화 속에 담겨 있어 사회적 메시지는 배가 되는 듯하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영화평론가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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