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24세, 여자는 40세부터? '성차별 건강검진' 논란

남자는 24세, 여자는 40세부터? '성차별 건강검진' 논란

'이상지질혈증' 국가 검진 대상, 성별따라 차별 논란...복지부 "과학적 근거로 책정, 검토계획無"

기사승인 2018-09-18 00:30:00

“건강보험료는 남녀 동일한데 왜 검진 혜택은 남자만 받나요?”

국가건강검진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건강보험공단의 성차별적 건강진단 적용대상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에 2만 7000여명이 참여하면서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청원자는 “2018년 달라진 건강진단 적용대상(이상지질혈증)을 보면 남자는 만 24세 이상 4년마다, 여자는 만 40세 이상 4년마다로 설정이 되어있다. 건강보험료는 남녀 동일한데 왜 적용대상은 다른 것이냐”며  “남녀차별적인 제도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성별, 연령별 특성에 따라 검진주기를 다르게 책정한 국가건강검진 제도를 시행했다.

이번 ‘여성 차별’로 논란이 된 항목은 일반건강검진 내 ‘이상지질혈증(총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라이드, LDL콜레스테롤 등 콜레스테롤 4종)’이다.

지난해까지 이상지질혈증 검사는 만 4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2년 주기로 진행됐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올해부터 해당 검사의 주기를 4년 주기로 변경하고, 검사 대상에도 성별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개정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년 일반건강검진 안내’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검사 대상은 남성은 만 24세 이상, 여성은 만 40세 이상이다. 4년 주기로 시행되는 해당 검사의 성별 차이는 무려 16년, 횟수로는 4번 정도 벌어진다.

해당 청원의 댓글 창에는 남성 비만율이 높은 것이 이유라면 남성의 건보료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 “1~2년 차이도 아니고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병이 남녀를 가리고 찾아오느냐”는 등 청원 참여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검진제도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논란이라며 해명했다.

정영진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건강검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검사해 특정 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려면 유병률이 5%는 되어야 효과가 있다고 본다. 비용효과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사항이다”라며 “이상지질혈증의 경우 남자는 25세부터 유병률이 5%를 넘어가고, 여성은 40세 이상부터 유병률이 5% 정도 되기 때문에 차등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올해 이상지질혈증 등 국가건강검진대상을 재조정한 근거는 2013년 발표된 ‘현행 국가검진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제시’ 연구용역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콜레스테롤(혈중농도 240mg/dl이상)의 유소견율은 남자 25-29세 구간(5.2), 여자 40-44세 구간(5.7)에서 5%를 넘어선다. 이를 근거로 보고서는 “전체 국가검진 수검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고콜레스테롤혈증 검진 대상을 남성과 특정연령 이상 (예:40세) 여성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정 과장은 “문제된 이상지질혈증 검사의 경우 지난 8월 인권위원회의 검토를 받았지만 성차별이 아니라고 결론냈다”며 “이외에 골다공증(골밀도) 검사의 경우 만 54세, 66세 여성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차등을 둔 것이고, 5개암검진 항목 중 유방암, 자궁경부암도 여성이 대상이기 때문에 성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상지질혈증 검진 대상은)과학적 근거에 의해 책정한 것이기 때문에 재검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검진의학회는 이상지질혈증의 검사주기를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검진주기가 4년으로 연장되면서 호발연령대인 40~50대 이상에서 질병 스크리닝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원중 대한검진의학회장은 “24세 젊은 남성들에게 일찍 검사해 관리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이보다는 만성질환이 많이 생기는 50대 환자 대상으로 적어도 2년 주기의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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