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진단 기준보다 낮은 혈압 구간에서도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혈압 관리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사진 왼쪽)·김태훈 교수(오른쪽)팀과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 공동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혈압을 ‘수축기 120~129mmHg, 이완기 80mmHg미만’으로 관리할 때 합병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18일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심장질환 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ACC)’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두 단계에 걸쳐 연구를 실시했다. ‘수축기/이완기 140/90mmHg’인 현재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이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적절한 적용 기준인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미국 의료계가 기존 고혈압 진단 기준을 한 단계 엄격하게 ‘수축기/이완기 130/80mmHg’으로 변경한 것이 배경이 됐다.
연구팀은 국내 고혈압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미국의 새로운 진단 기준으로는 고혈압 환자에 해당되는 ‘수축기 130~139mmHg 또는 이완기 80~89mmHg’ 환자군과, ‘수축기 130mmHg 미만, 이완기 80mmHg 미만’ 환자군의 합병증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05~2015년 사이 심방세동을 새롭게 진단받은 29만8374명의 환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미국 의료계가 제시한 고혈압 기준 ‘수축기/이완기 130/80mmHg’을 기준으로 심방세동 환자의 주요 심혈관질환·뇌경색·뇌출혈·심부전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보영 교수는 “이는 미국의 새 고혈압 진단 기준이 심방세동 환자의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해 내고 적절한 관리를 하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합병증 예방을 위한 심방세동 환자의 구체적인 혈압 관리 목표치를 찾아내기 위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심방세동 환자 중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에 따라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15만8145명을 대상으로 혈압 구간대에 따른 질병 발병 위험률을 살폈다.
조사 분석한 혈압 관리 구간 대는 ‘수축기 120㎜Hg미만, 이완기 80㎜Hg미만’,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미만’, ‘수축기 130~139㎜Hg, 이완기 80~89㎜Hg’, ‘수축기 140㎜Hg이상, 이완기 90㎜Hg이상’ 총 4개 였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정상 혈압 구간인 ‘수축기 120㎜Hg미만, 이완기 80㎜Hg미만’보다 수축기 혈압이 조금 높은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이 가장 이상적인 혈압 목표치가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주요 심혈관질환·뇌졸중·심부전 등 대부분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이 혈압 구간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정보영 교수는 “고혈압 치료를 받는 심방세동 환자군은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미만’을 기준으로 혈압이 상승할 때마다 모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뿐만 아니라 국내 기준 정상 혈압 구간보다도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이 더 적합한 혈압 관리 목표치로 분석됐다. 한 예로 심부전의 경우 정상 혈압 구간에서 12%에 가까운 높은 발생 위험을 보이다 이 혈압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방세동 환자와 의료진에게 적극적인 고혈압 진료와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다양한 중증 합병증 예방 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연구 설계와 결과 도출 과정에서는 세브란스병원 내과 ‘김대훈’ 전공의가 적극 참여하며 많은 기여를 했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