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지로 지목됐던 법원행정처가 폐지될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사법부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여러 사건들로 인해 법원에 대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의 실망이 큰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날 법원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는 법관들이 ‘독립된 재판기관으로서의 헌법적 책무’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문제의 출발점을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며 “관련 법령이 정비 되는 대로 사법행정회의(가칭)에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고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겠다”고 설명했다. 법관이 재판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관들 간의 계층구조를 타파하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김 대법원장은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의 구분 이외에 법관들 간의 계층구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관인사제도의 이원화를 완성하는 한편 내년부터 당장, 사실상 차관 대우의 직급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 스스로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모든 법관이 동일 직급으로 일할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과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점도 강조됐다. 사법행정회의에 적정한 수의 외부인사를 참여하도록 하고, 주요 사법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의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 법원의 판결서를 쉽고 편리하게 검색·열람할 수 있는 ‘통합 검색·열람시스템’도 도입 예고됐다. 김 대법원장은 “관련 법령의 정비와 실무 준비가 끝나는 대로 도입하겠다”며 “단계적으로 공개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 내 윤리감사관을 외부 개방형 직위로 임용, 성역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재판거래와 판사사찰 등을 시도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에 배정된 예산 3억5000만원을 목적과 달리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이를 현금화해 고위 간부와 각급 법원장들에게 격려금 또는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