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4’가 사계절이 변화하는 영국의 정취를 담고 돌아왔다.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레이싱의 매력과 자동차 레이싱의 본질적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으로 다시금 팬들을 유혹한다.
2일 엑스박스원, PC 등으로 글로벌 출시된 포르자 호라이즌 4는 오픈월드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턴10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가상의 지역에서 약 450종의 차종과 다양한 방식의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같은 프랜차이즈의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가 현실의 레이싱 서킷과 차량의 물리적 특성을 섬세하게 구현한 시뮬레이션 성향인 것과 달리 본 편은 보다 자유롭게 드라이브와 차량 수집,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 아케이드 게임이다.
이번 작품은 호주의 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달리던 전작과 달리 영국을 모티브로 좁고 구불구불한 교외 도로와 비포장 산길, 고풍스런 건축물 사이 도심 등을 담고 있다. 실제 영국보다 좋은 도로면과 화사하게 표현된 그래픽 과장이 더해졌지만 정취는 충실하게 담아냈다.
특히 낮과 밤의 시간대뿐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매주 바뀌는 온라인 환경까지 구현했다. 여기에 엑스박스원 엑스 기준으로 4K 해상도나 초당 60프레임의 부드러운 그래픽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더해졌다.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이라는 점에서 포르자 호라이즌 4는 앞서 선보인 유비소프트의 ‘더 크루 2’, EA의 ‘니드 포 스피드 엣지’ 등과 비교되곤 한다. 차량 제어가 어렵지 않아 비교적 쉽게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성향도 공통분모다.
포르자 호라이즌 4는 큰 틀에서 이들 경쟁작과 공통점이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적잖은 차이를 드러낸다. 오픈월드의 구성부터 드라이빙의 느낌까지 독자적인 매력을 담고 있다.
비교적 최신작인 더 크루 2의 경우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 오픈월드의 규모부터 차이가 크다. 실제 미국 전역을 축소판으로 담아낸 광활한 배경은 영국의 한 지역 일대를 배경으로 하는 포르자 호라이즌 4에 비해 훨씬 넓다.
더 크루 2가 대규모 월드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비행기, 보트, 호버크래프트 등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탈것으로 ‘질주’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포르자 호라이즌 4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월드 내에 다양한 주행 환경을 가득 담아 자동차 레이싱의 재미에 집중한 구성을 띤다.
영국 특유의 건축물과 복잡한 도심부터 도로 폭이 좁고 구불구불한 교외 도로, 고저차가 확연한 비포장 도로 등은 고출력 차량으로 고속 주행을 즐기기보다 상대적으로 정교한 드라이빙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차량의 운동성, 각기 다른 도로 상태와의 상호작용 등 물리엔진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사실적인 드라이빙을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각 차량의 구동 방식이나 무게중심 이동 등 특성 차이를 비교적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노면도 아스팔트, 모래, 진흙 등으로 덮인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며 비대칭 고저차가 있는 산길, 물웅덩이 등을 만날 경우 고출력 후륜구동 차량의 제어가 확연히 어려워지는 부분도 제법 현실적이다.
이런 주행 특성은 사실적 레이싱 시뮬레이션을 표방하는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개발력을 공유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평평하고 넓게 트인 도로에서 ‘나이트로’ 부스트를 쓰며 비현실적인 속도감을 즐기는 다수 아케이드 레이싱과 다른 점이다.
이 같은 포르자 호라이즌의 특성은 새로 도입된 계절 변화 시스템으로 한층 분명해진다. 빗물로 웅덩이와 진흙 길이 형성되는 봄,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의 주행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나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의 마른 도로와 분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비교적 사실적 주행감을 살린 포르자 호라이즌 4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정도의 아케이드 성향은 충실히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레이싱 게임이 제공하는 자동 주행 보조 기능부터 방향과 가속․브레이크 조작만으로 어지간한 코스는 무난하게 주행할 수 있는 적절한 조작 난이도를 보여준다.
브레이크로 후진이 가능하고 건물이나 큰 나무를 제외한 대부분 구조물이 쉽게 파괴돼 주행 흐름을 끊지 않는 점도 이 같은 성격을 나타낸다. 충돌 시에도 차량 외관에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찌그러지는 시각적 효과만 존재하고 기능적 이상은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4K 해상도와 HDR, 초당 60프레임의 화면을 지원하는 그래픽도 만족감을 주기 충분하다. 세밀한 조작을 중시하는 경우 높은 프레임을, 보다 높은 화질을 선호하면 4K를 선택하면 된다.
최근 레이싱 게임 대부분이 고품질의 그래픽을 갖추고 있는 만큼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포르자 호라이즌 4의 경우 풀과 나무, 꽃 등의 채도가 높고 전체적으로 화사한 톤을 보여준다. 그림자 표현도 분명한 편이지만 세부적인 표면 재질감 등은 평이한 수준이다.
풍성한 시각 효과도 시각적 만족감을 높인다. 물웅덩이를 지나면 시점에 따라 화면 또는 앞유리에 맺히는 물방울이나 진흙, 유리에 비치는 햇볕의 반사 효과 등은 세밀한 편이다. 가을 낙엽이 날리고 돌담 등이 부서지면서 날리는 파편 효과도 흠을 잡기 어렵다.
사운드는 만족감과 아쉬움을 함께 준다. 아케이드 레이싱 특성에 맞게 라디오 기능을 통해 유로 클럽 스타일부터 힙합, 락 등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진행 중 분위기를 살리는 음성 지원도 충실하지만 자동차 엔진․배기음은 다소 아쉽다.
선택한 차량에 따라 엔진 소리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미국식 8기통 머슬카 특유의 배기음이나 슈퍼카의 고회전 엔진음을 느끼기는 어렵다. 비교적 가벼운 엔진음에 톤만 달리하는 음색은 사실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 같은 구성을 바탕으로 70명 이상을 수용하는 오픈월드 각지에서 스턴트 드라이빙, 드리프트, 비포장 도로 주행, 일반 차량들 사이에서의 비공식 레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재화(CR)와 ‘영향력’을 모으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영향력을 모아 각 시즌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이번작부터는 ‘GTA5’ 등 생활형 오픈월드 게임과 유사하게 집이나 성과 같은 부동산을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활동할 수 있고 구매한 차량을 보관하거나 캐릭터를 꾸미고 새로운 콘텐츠를 열 수 있다.
포르자 호라이즌 4는 이처럼 기본적인 레이싱 게임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오픈월드 아케이드 게임의 접근성과 생활형 콘텐츠 보강 등을 한꺼번에 잡으려 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작부터는 한국 현대기아차의 ‘벨로스터N’, ‘스팅어’ 등 차량도 등장해 가상의 공간에서 영국의 정취를 느끼며 달려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