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 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달고 참석하겠다면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일본 전 총리가 경남 합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무릎을 꿇고 사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정계 내에서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71) 전 일본 총리가 3일 오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찾아 위령각을 참배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구했다.
국내 원폭 피해자 2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600여 명이 합천에 있다.
이 때문에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며, 원자폭탄 한국인 피해자의 영령들을 추모하는 위령각과 원폭피해자 입주시설, 원폭자료관이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총리를 지낸 일본 정계 최고위급 인사가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참배 후 복지회관에 있는 원폭 피해자 30여 명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고 이들을 위로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는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한 뒤 “식민지와 미국 원폭 투하 이중 피해자인 여러분들에게 사과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배상이나 지원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많이 늦었지만 이곳을 방문하게 돼 좋다”면서 “2세‧3세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가 숨진 한국인 이수현씨의 묘역을 지난 2일 참배하기도 했다.
합천=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