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최종 무산? 거액 손배소·일자리 문제 우려

녹지국제병원 최종 무산? 거액 손배소·일자리 문제 우려

공론조사서 제주도민 60% 개원 반대...완공 병원부지·채용된 직원 어떡하나

기사승인 2018-10-05 02:00:00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이 최종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향후 해결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병원을 완공하고 직원까지 채용된 상황이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4일 제주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에 대한 도민참여단의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민참여단 200명 중 18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는 개원 '불허’에 58.9%(106명)로 힘이 실렸다. 허가는 38.9%(70명), 잘 모르겠음 2.2%(4명) 순이었다.

도민참여단은 앞서 8월 진행된 1차 여론조사에서 찬성, 반대, 유보 비율을 반영해 구성됐다. 제주도가 도민참여단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한 만큼 이번 공론조사 결과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향후 녹지그룹과의 법적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녹지그룹은 지난 2015년 6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8002㎡에 연면적 1만8253㎡(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2017년 제주도에 개설허가를 신청했지만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도의 결정이 미뤄지다가 지난 3월 공론 절차를 밟아 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녹지그룹 측은 공론조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복지부 허가 절차에 위법성이 없고, 이전 정부와 제주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점 등을 미루어볼 때 공론 절차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녹지그룹과 투자 협약을 맺고 병원 준공 등을 담당해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측도 이번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기영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CD) 의료산업처장은 “녹지그룹은 애초에 공론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영리병원 도입은 이전 정부들과 협력했던 사안이고, 과거 도지사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국내 정서를 이해하지 못 한다”며 “이미 녹지그룹 측이 제주도에 공론조사 불복 입장을 두 차례 전한 바 있다. 아직 제주도지사가 결정하지 않았지만, 개설 불허 결정이 날 경우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김 처장은 “병원 건축비만 778억 정도고, 이미 직원들을 채용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14개월여 동안 인건비만 월 8억 5000만 원 정도가 매달 들어갔다. 병원에 채용된 직원 134명 중 제주도민이 80%에 달한다”며 “손실만이 아니라 국가 간 신뢰의 문제가 얽혀있고, 또 일자리 사업이 국가의 시책인 상황에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녹지국제병원 개원이 무산되면 병원부지의 사용처도 다시 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비영리법인으로 전환, 국공립병원 유치 등의 대안이 나오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날 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도에 제출하는 권고문에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녹지국제병원 고용자들 일자리와 관련해 제주도 차원에서 정책적 배려 검토 등의 의견을 담았다.

앞서 시민단체 등은 ‘공공의료 붕괴’를 우려하며 녹지병원 개원 불허를 주장해왔다. 국내에서 영리병원 허용 사례가 나온다면 일선 민간병원들이 줄이어 영리병원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실장은 “다행스럽게도 배심원단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영리병원은 제주도민만 문제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다. 이번 결과에 승복하고 제주도가 녹지병원 개원 불허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부지 대책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면 비영리법인과 같이 현행법에 맞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등 추후 지역사회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리병원 대신 공공병원 개설로 방향을 틀자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남은 과제는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론조사 과정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주지역 공공병원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론조사에서 개원 반대를 택한 이유로는 ‘다른 영리병원들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같다’는 의견이 66%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그 외 ‘우회투자 등 법적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12.3%), ‘환자 치료보다 이윤 추구에 집중할 것 같아서’(11.3%) 등이 뒤이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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