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위해 정부가 간호사 증원에 나서자 일선 간호사들이 불만을 표하고 나섰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 정책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며 대한간호협회에 불똥이 튀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간호사를 위해서, 환자를 위해서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청원에 1만 2000여명이 참여해 주목된다. 해당 청원에는 간호학과 편입학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간호사들의 반대 입장이 담겼다.
지난 8일 교육부는 간호학과 편입학생 비율을 30% 확대하고, 전문대 간호학과에 학사편입을 허용한다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간호인력난 해결을 위해 오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시행하는 한시적 조치다.
간호사 수를 늘리는 이 같은 정책에 간호사들은 근본 해결방안이 아니라고 맞섰다. 이 청원자는 “1년도 못 채우고 그만두는 수많은 간호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저 간호학생을 늘리는 것이냐”며 “모든 간호사분들과 간호학생분들은 이게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학생이 많아지면 뭐하나. 어차피 1~2년 만에 그만 둘 텐데”라며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며 10분 만에 밥 먹고 올라와 화장실 한 번도 못가면서 일하는 게 그저 학생 수 늘린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근무환경과 분위기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교육부 발표가 나온 8일 이후 간호사 커뮤니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대한간호협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정부의 간호사 증원 정책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이 페이지의 익명 게시자 A씨는 “간호사들에게 지옥문이 열렸다. 17,18학번은 취업지옥됐다”며 “(병원이)부조리함을 못 버티면 또 뽑으면 된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간협은 해당 내용의 공지도 올리지 않고, 인식개선 공모전만 올렸다”며 “(회원이 늘어) 이제 돈이 많아지니 정책이고 회계고 공모전으로 돌려도 되겠다”며 비꼬았다. C씨는 “간호사들의 불편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개인이 힘을 낼 수 없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게 협회가 하는 일 아니냐”며 “협회의 대응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협회는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리려는 시도에 꾸준히 반대해왔다"며 "병원에 간호사가오게 하려면 처우를 개선하고, 간호수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예정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