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권고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10일 “형제복지원의 위법한 수용 과정과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추가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를 수용, 비상상고를 신청하면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재판결을 내릴 수 있다.
형제복지원은 지난 1975년부터 87년까지 부산 사상구에서 사회복지법인 형태로 운영된 곳이다.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훈령에 근거해 시민 3000여명 이상이 감금돼 강제 노역을 당했다. 구타와 성폭력 등 학대도 빈번했다.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달한다. 그러나 관계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 대법원은 지난 89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폭행과 살인, 노동착취 등에 대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인권 침해의 중대성과 국민들의 높은 관심, 염려를 잘 알고 있다”며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판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도 지난달 13일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를 문 총장에게 권고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도 같은달 형제복지원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권유린이 발생했을 인정, 공식 사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2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비상상고 등 재판결의 길은 열렸지만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요원하다. 형제복지원 관련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재차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여·야 대치가 지속되며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 부산시당은 자유한국당(한국당)에 특별법 통과를 위해 협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다만 한국당 부산시당은 특별법을 위한 정부의 재정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