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승진 이후 미국에 이어 유럽 출장길에 오르면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전망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나선 것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6일 전용기를 타고 유럽으로 출국, 체코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3개국을 3박5일간의 일정으로 방문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승진 후 트럼프발(發) 수입 자동차 대규모 관세를 막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국내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인 남북 정상회담과 일정이 겹쳤지만 그룹 최대 현안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경영행보를 택했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약 60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빠지면서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 수석부회장이 두 번째 출장지로 유럽을 선택한 이유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유럽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만큼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8월 유럽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증가한 71만5050대다. 이 추세라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럽 진출 41년 만이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현대·기아차의 세 번째 ‘100만 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유럽출장에서 남은 4분기 판매와 친환경차와 고성능(N브랜드)차 등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장 먼저 지난 6일 현대차 체코 생산법인(HMMC)이 있는 오스트라바에 들러 생산과 판매현황을 점검했다. 특히 체코공장은 정 수석부회장이 공을 들였던 고성능 브랜드인 ‘i30 N’의 생산기지인 만큼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현대기아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에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