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대지급금은 눈 먼 돈…미상환자 도덕적 해이 심각

응급대지급금은 눈 먼 돈…미상환자 도덕적 해이 심각

기사승인 2018-10-14 09:57:02

국가가 응급상황에 놓인 환자가 진료비 문제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고자 운영하는 ‘응급대지급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마친 후 대지급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면 납부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상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복지재정 누수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응급대지급 제도(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응급의료를 제공하고 본인부담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응급의료기금에서 대신 지급하고, 본인 및 1촌 이내 직계혈족에게 상환 받는 제도이다.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비례대표)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응급대지급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2008~2018.8월) 총 7만363건에 대해 332억9300만원이 지급됐다. 그 중 상환은 1만5923건, 29억1600만원으로 상환율이 금액기준 8.76%에 불과했다.

특히 미상환 중 소멸시효(3년)가 완성되거나 징수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되어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된 결손처분도 무려 4만8744건, 256억7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복지재정의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납기간 구간별로 보면, 1년~2년 이내가 총 5,850건(34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3년 이내 총 5412건(29억5945만원), 3년 이상 3474건(26억3409만원)순으로 나타났다.

미상환 금액 구간별 결손현황을 보면, 10만원 미만 소액체납이 총 2만3442건으로 48%에 달했는데  체납자들에게 소액체납은 안내고 버티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더 큰 문제는 대불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체납하는 사례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장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미상환자 1만7593명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소득내역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428명은 본인이나 상환의무자(부양가족)의 납부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상환율을 높이기 위해 미상환자 중 건강보험료 월 9만원 이상 납부자와 월 9만원 미만 납부자 중에서도 대지급금이 5백만원 이상인 건에 대해 지급명령 신청(소송)을 하고 있지만 10년간 소송 3344건 중 상환건수는 전체 대비 34%(1150건), 상환금액도 전체(24억8000여만원) 대비 14.8%(3억6700여만원)에 불과했다.

상환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미상환자에 대한 정확한 납부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산이나 소득 정보가 필요하지만 상시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정숙 의원은 “응급치료가 시급한 환자의 치료비용을 국가가 우선 대지급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납부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대납한 의료비를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징수미흡으로 매년 결손액이 발생해 복지재정이 누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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