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저는 다람쥐랍니다. 나이는 이제 1살 됐어요.
제가 사는 곳은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이에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지요.
요즘 저에게 큰 고민이 생겼어요.
가을은 곡식이 영그는 계절이라 주변에 먹을 것이 많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저희 다람쥐는 겨울철에 먹이가 부족해서 이 시기에 도토리를 엄청 모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겨울철 먹이를 구하지 못해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 도토리 때문에 요즘 신경이 곤두서있어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담아 가느라 저와 제 친구들이 먹을 도토리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서죠.
그렇다고 사람들이 가져가는 도토리를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인간 여러분. 저의 든든한 겨울나기에 힘을 보태주세요.
도토리 먹지 마세요. 저희 다람쥐에 양보하세요.
경남 함양군이 12일 상림 다람쥐를 지켜 달라면서 도토리를 채취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지금 이 시기에 군 상림공원에 가면 숲속 산책로 주변 곳곳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쉽게 볼 수 있다.
도토리는 다람쥐가 즐겨 먹는 주식이면서 최고의 식량이기도 하다.
이맘때 겨울철 먹이를 미리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다람쥐가 요즘 도토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도토리를 두고 인간과 때 아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상림공원을 찾는 등산객들이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담아 가느라 정작 다람쥐가 먹을 도토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도토리 사수 여부에 다람쥐의 사활이 걸려 있다 보니 군이 다람쥐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군은 상림공원 7곳에 ‘도토리 채취 금지’ 현수막을 내걸어 등산객들에게 당부했다.
군은 이날 지역 유치원생들과 학부모들이 참여한 캠페인을 통해 ‘다람쥐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군 관계자는 “도토리를 채취한 시민들에게 수거한 도토리를 모아 식량이 부족한 겨울 숲속 곳곳에 뿌려 다람쥐 먹이주기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야생동물이 보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양=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