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담배를 물면서부터 끊어야 한다는 말을 내뱉기 일쑤다. 하지만 습관이나 중독 때문에 금연을 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건강을 생각해 니코틴과 타르 등의 함량이 낮은 담배로 바꾸고, 흡연량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흡연자들의 노력이 건강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사진)는 13일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KSC 2018)에서 그동안 연구된 금연과 질환 특히 심뇌혈관질환 간의 관계를 소개했다.
이 교수가 소개한 연구들은 금연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과 그로 인한 사망률을 모두 낮추지만, 흡연량을 줄이는 것으로는 기대하는 건강증진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하루 1갑(20개비)을 피우는 환자와 비교할 때 하루 1개비만을 피우는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은 50%가량 줄어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흡연량이 조금만 늘어도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흡연도 하루 담배 1개비를 피운 것과 비교해 허혈성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이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금연과 함께 체중을 유지할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줄이고 그로 인한 사망률 또한 낮아진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금연을 할 경우 혈당이 증가하거나 체중이 늘어도 심뇌혈관질환의 발병과 그로 인한 사망위험도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금연 후 체중이나 혈당증가와 같은 동반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금연의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효과는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배를 적게 피우더라도 건강에 미치는 해악은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당뇨진단을 받은 환자 중 31.2%만이 금연을 하고, 심근경색이 발병한 후에도 흡연을 할 경우 금연한 그룹에 비해 사망위험이 1.6배 높다. 그렇지만 44%는 여전히 흡연을 지속한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금연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뇌혈관계 질환에서 금연치료의 효과 등에 대해 발표한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사진)는 “일반적인 환자에 비해 심뇌혈관계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금연치료의 효과가 더 높다. 금연에 대한 동기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자살 등 부작용에 대한 문제도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금연치료 연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이어 “치료제를 통해 니코틴의 중독성을 억누르며 금연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제와 보조제를 병용 처방하는 경우에도 유사하거나 더 높은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퇴원 후 4주가 중요함에도 이를 관리할 인원이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의료인의 참여와 함께 시범사업 중인 금연지원사업의 개선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관계자도 “흡연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리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병원을 나서면 다시 흡연을 하는 경우가 1/3 이상”이라며 “간호사 1명만 있으면 퇴원 후 관리사각을 줄일 수 있지만 지원이 없어 못하고 있다.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