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코케이크 집단식중독’사건의 유력한 원인이 오염된 액상란으로 지목된 가운데, 식약처가 살균/비살균 액상란의 부적합판단과 유통 여부를 제조업체에 사실상 맡겨 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식약처는 액상란의 비살균/살균 여부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치 못하고 있었다.
또 세균 증식 위험성이 높은 액상란에 대한 위해미생물 검사를 자가품질검사라는 명목으로 제조업체에 맡겨두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중독균에 오염된 부적합 액상란이 완제품 제조업체에 제공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다.
액상란은 살균, 비살균 여부에 따라 살균 조건과 검사 항목의 기준이 다르다. 집단 식중독 사건에서 원인으로 확인된 살모넬라균은 65도 이상 고열에 30분 이상 살균처리하면 제거된다.
그러나 식약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액상란(식약처는 알가공품으로 표기)에 대해 살균/비살균 여부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기동민 의원의 요청에 “액상란 생산실적은 식품공전(구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상 분류되어 있는 ‘유형별’ 기준으로 보고받고 있어, ‘비살균/살균’으로 액상란 생산현황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지방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식품행정통합시스템 품목제조보고관리대장’을 확인한 결과, 식약처는 비살균(49건), 살균(66건), 미상(151건) 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식약처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액상란의 살균/비살균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식중독 사건을 일으킨 업체의 살균 액상란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었다면, 이는 유통․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또는 살균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관리 체계에 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알가공품의 경우 현행 축산물위생관리규정에 따라 미생물 안전성(세균수, 대장균군, 살모넬라)에 대해 매월 1회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한다.(제12조제3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14조)
이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충족시킬 경우 시장에 유통되는 구조다. 그러나 액상란 가공업체가 안전성 검사를 자체 수행해 그 결과를 보관토록 하는 ‘자가품질검사’의 결과서는 식약처에 제출되지 않고 가공업체에서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동민 의원이 문제가 된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결과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동민 의원은 “액상란은 온 국민이 즐기는 빵과 과자류 등에 필수 재료로 철저한 검사와 유통관리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업체의 도덕적 해이와 식약처의 허술한 시스템 관리가 초코케이크 집단 식중독 사건을 불러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이어 “식약처는 명실상부한 국민 먹거리 안전 컨트롤타워로써 당장 액상란 가공과 유통 과정에 대한 시스템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액상란 살균을 의무화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련 규정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