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활성화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의료를 전담할 의료인력의 양성을 위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해야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의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포용’이란 수식어를 앞세운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역이나 소득, 장애여부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필수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민간에 대부분 맡겨진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의료계는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 활성화 및 확대 방안은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이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결과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적어도 대한의사협회가 15일 ‘바람직한 공공의료 활성화’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참여한 의료인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실의 문제점은 잘 짚었지만, 지역사회와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와 접근 방식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됐다.
한국의대의전원협회 강석훈 전문위원은 “정부의 공공의료 활성화 방안은 예방접종”이라며 “국내 공공의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지만 예방접종이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접종은 접종에 그쳐야한다”고 말했다.
공공의사가 부족한 현실과 민간의료기관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보건의료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간 불균형이나 의료공백 등 문제에 대한 진단은 제대로 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대학원’은 문제가 많다는 것.
그는 “공공의료를 감당하기엔 졸업생 수가 너무 적고 양성기간이 오래 걸리며, 의무복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등 위헌적 소지가 있는데다 민간의 역할과 지역 내에서 공공과 민간의 연계 등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못했다”면서 ‘정책실패’를 언급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서경화 책임연구원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이후 2005년, 2016년 2018년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종합대책 혹은 기본계획이라며 발표된 목표과 과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공중보건과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실효성 있는 공공보건의료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 보건의료환경을 충분히 검토하고 고려해야하며, 민간의료기관의 보건의료 공공부문 기여도와 역할을 국가가 충분히 인지하고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작 필요한 지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에 공공의료대학원을 새롭게 만들어 50명이 채 안 되는 의사인력을 최소 12년 후 배출하고, 이를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일 것이 아니라 기존 의과대학 등의 자원을 활용해 공공의료에 뜻이 있는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봤다.
이와 관련 정부가 설계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 활성화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찬성의사를 밝힌 경성대학교 의과대학 정백근 교수는 “정부의 공공의료대학 설립은 그간 민간에 맡겼지만 제대로 양성되지 못한 공공의료정책을 수행할 인력을 직접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 간의 의료격차나 불균형 발전,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문제가 계속 커져가고 있다. 의사의 자발성에 기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직접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는 정책적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이라며 필요성을 설파했다.
건국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 또한 “공공의료대학원은 민간의 영역에서 공공의료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하는 일종의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필수의료분야를 중심으로 국가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하며 국민 생명을 위해 나아가야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정부와 민간에서 여러 시도를 해왔고, 그 시도가 여러 문제로 효과를 크게 거두지 못했다. 필수공공의료, 감염문제, 통일 및 국제보건 등 공공의 영역에서 인력양성이 필요하고 중요해지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며 정책이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