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끊임없는 승부조작의 마수… 제2의 이한샘 나와야

[옐로카드] 끊임없는 승부조작의 마수… 제2의 이한샘 나와야

끊임없는 승부조작의 마수… 제2의 이한샘 나와야

기사승인 2018-10-16 19:15:31

이한샘의 소신이 K리그를 구했다.

아산 무궁화 소속 이한샘은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 밤 숙소에서 장학영을 만나 승부조작을 제안 받았다. 부산전에서 전반 킥오프 20분 전에 퇴장하면 5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였다.

하지만 이한샘은 이를 단번에 거절한 뒤 구단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받은 경찰은 부산의 어느 호텔에서 장학영을 체포했다. 이한샘은 “고민할 것 없이 구단에 알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승부조작 제안을 뿌리친 이유를 전했다. 

자칫 축제 분위기인 한국 축구에 찬물을 끼얹을 뻔 했다.

한국 축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부터 보인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외면 받았다. 하지만 독일전 2-0 승리를 시작으로 신뢰를 되찾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여성팬들의 유입을 이끌어냈다. 

이례적으로 폭발적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벤투호 출범 이후 치른 A매치 4경기는 전부 만원 관중을 이뤘다. 선수단도 12일 세계 5위 우루과이를 2-1로 꺾는 등 좋은 경기 내용으로 응원에 보답했다.

A 대표팀의 인기는 K리그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실제 아시안게임 직후 열린 28라운드 관중 수는 이전 3개 라운드와 비교해 약 85% 증가했다. 이처럼 K리그를 찾는 관중들의 발걸음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혹 승부조작 행위가 발각됐다면 큰 파장을 몰고 왔을 것으로 보인다.

K리그는 이미 과거 벌어진 승부조작에 크게 휘청였다. 2011년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처음으로 승부조작 행위가 발각돼 전·현직 선수 55명이 관계된 대규모 승부조작 사태로 쑥대밭이 됐다. 최성국과 깅동현 등 K리그를 대표했던 선수들이 직접 브로커 활동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그러나 2018년의 이한샘은 달랐다. 소속 군경팀인 아산 무궁화가 존폐 위기에 몰린 상황, 동기 부여가 결여 된 악조건 속에서도 이한샘은 승부조작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러한 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1년에 4차례씩 선수단과 구단 직원을 대상으로 부정방지 순회교육을 시행한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승부 조작은 음지에서 계속될 수 있다. 여전히 존재하는 승부조작 브로커의 존 뿐만 아니라 이한샘의 소신과 대처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한샘에게 포상을 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16일 “이한샘의 승부조작 제안 거절과 관련해 상벌위원회가 사무국에 포상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프로연맹 상벌위 규정상 부정·불법 행위에 대해 자진해서 신고했을 때는 1000만 원에서 최고 1억 원까지 포상하게 돼 있다.

이에 이한샘에게 최고 1억 원의 포상을 건네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축구팬들의 주장도 있다. 이한샘의 사례를 교과서로 삼아 제2, 제3의 이한샘을 만들어 승부조작을 근절하자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승부조작이나 불법베팅 등 스포츠 부정행위는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팬들을 배반하는 행위다. 종목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 없는 중범죄인 만큼 신고자에겐 걸맞은 격려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편 연맹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 연맹은 현재 순회 교육 외에도 경기 전 면담 및 일지 작성, 부정방지 서약서 작성 등을 포함해 경기 영상 불법 사용 적발 시스템 가동, 경기 분석 요원 운영 등 13개 분야에서 부정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한샘 역시 브로커의 제안이 있기 4일전 연맹으로부터 부정방지 교육을 받았다. 

연맹의 지속적 경계와, 선수들의 직업 정신이 어우러질 때 승부조작은 비로소 근절될 수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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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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