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립 유치원 논란과 관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17일 한유총으로부터 소송 예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비리 사립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한유총의 민사소송 예고를 들었다"며 "처음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를 결심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걱정도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유총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반성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아니었다"며 "앞에서는 고개 숙이고 뒤로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큰 배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명백히 배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하고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유치원 비리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커녕, 소송으로 무마해 보려는 한유총의 태도는 누가 보아도 비겁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유총은 예고한 대로 민사소송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유를 막론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한유총이 이미 지난 15일 법무법인 광장과 계약을 체결하고,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의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마친 사실이 이날 알려졌다.
전날 한유총은 기자회견 장소를 2번이나 바꾸고 이사장이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은 끝에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최정혜 이사장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회장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 비대위원장은 “학부모님께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비리 유치원이라는 오명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또 비리 유치원을 만든 건 사립유치원 상황과 맞지 않는 회계 기준을 감사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도 목소리 높였다.
전날 비리 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충남 한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돌려 “이번 일은 좌파 국회의원, 좌파 성향 시민단체가 공모한 유치원 비리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정은 ‘유치원 비리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리 유치원 추가 명단 공개를 지시했다. 교육부는 긴급회의를 통해 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 공개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도 나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대한 횡령,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에 대한 처벌과 지원금 환수를 위한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박 의원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 혐의로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유치원은 전국적으로 1800여개가 넘는다. 밝혀진 전국 비리 유치원이 횡령한 총금액은 약 2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