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우병우가 ‘레이저’를 쏠 수 있던 이유

[친절한 쿡기자] 우병우가 ‘레이저’를 쏠 수 있던 이유

우병우가 ‘레이저’를 쏠 수 있던 이유

기사승인 2018-10-18 11:12:36

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심지어 기자들이 몰린 포토라인 앞에 서야 한다면? 담담할 수 있는 ‘강심장’은 얼마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재벌총수들은 휠체어를 탄 수척한 얼굴로 포토라인에 섰고, 최순실씨도 “죽을죄를 지었다”며 고개를 숙였죠. 

그래서일까요. 지난 2016년 11월 횡령 및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보인 눈빛은 정말 남달랐습니다. 가족회사 관련 비리 혐의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를 날카롭게 노려봤죠. 눈으로 ‘레이저’를 쏘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원래 눈빛이 저렇다’ ‘가족 관련 질문을 해서 화가 난 것이다’ ‘20세에 사시를 붙어 두려울 게 없기 때문이다’ 등등 우 전 수석의 눈빛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죠. 

17일 우 전 수석이 레이저를 쏠 수 있었던 이유가 하나 더 밝혀졌습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날 수사 확대 방지 등을 검찰에 청탁할 목적으로 의뢰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우 전 수석을 입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24년간 검사 생활을 했던 우 전 수석은 지난 2013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 2014년까지 의뢰인들로부터 검찰의 수사 확대를 방지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내려달라는 청탁을 받고 10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횡령사건과 현대그룹 비선실세 사건,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사건 등을 의뢰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수사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말아 달라”는 가천대학교 길병원 측의 요구에 “3개월 이내에 끝내주겠다”고 답했습니다. 

놀랍게도 우 전 수석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우 전 수석이 의뢰를 받은 후, 검찰은 가천대학교 길병원 횡령 사건 수사를 3개월가량 뒤에 종결했습니다. 우 전 수석이 무혐의 처분을 약속했던 현대그룹 관련 사건도 무혐의로 결론 났습니다. 4대강 입찰사건도 내사 종결 됐죠. 그의 말처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고 마무리됐습니다. 

단순히 우 전 수석 개인의 범죄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검찰도 이번 사건의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속적으로 검찰에 영장 청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6개월간 4차례나 반려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우 전 수석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검찰은 최근 개혁위원회와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과오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10일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 외압으로 인해 미진하게 조사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김근태 고문 은폐 의혹’도 검찰의 수사 은폐 및 직무유기에서 빚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의혹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권력에 따라, 재력에 따라 처벌이 나뉘어서는 안 됩니다. ‘전관예우’와 ‘제 식구 감싸기’ 같은 검찰의 수사 은폐 의혹 진상규명도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또다시 30년을 기다려 사과받을 수는 없습니다. 검찰은 침묵하지 말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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