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독도에서 사라진 ‘강치’가 조각상으로나마 남을 수 있게 됐다. 강치는 18세기까지 독도를 최대 번식지로 살았던 포유류로 3만~4만 마리가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최근엔 자취를 감췄다.
청심국제중·고등학교 동아리 ‘해밀’ 소속 학생 19명은 21일 교복을 차려입고 서울 용산구 식민지 역사박물관 1층에 모였다. 이들의 손에는 독도를 배경으로 해녀와 강치가 어울려 노니는 모습을 그린 그림과 강치를 모델로 한 조각상이 들렸다.
해밀의 대표인 문소윤(15)양은 “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며 “우리 기억 속에서 사리지고 있던 독도의 긴 역사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강치상을 제작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설명했다.
부대표 정태영(16) 군은 “대한민국 국민인 저조차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교과서를 집필하고 교사를 양성할 때 독도가 왜 한국영토인지 구체적으로 가르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뜻을 전했다.
조각상은 김성래 작가가 제작했다. 자리에 함께한 김 작가는 “시민들이 만든 소녀상이 훌륭한 이유는 우리가 모두 소녀상을 보고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소녀상처럼 강치상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하자는 학생들의 순수한 동기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우리의 땅, 독도에 사는 강치를 기억함으로써 역사의 영속성을 알리고, 일본의 만행에 대처하는 국력을 키우는 작은 불씨가 되고 싶다’는 취지에서 학교 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강치가 그려진 네임 태그나 볼펜을 만들어 판매해 약 450만원의 제작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