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사)가 최근 6년간 690억 원을 헌혈 기념품 구입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성북을)이 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지난 2013년 100억원, 14년 119억원, 15년 120억원, 16년 116억원, 17년 141억원을 헌혈 기념품 구입비용으로 사용했다. 18년 8월 현재도 92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념품 구입비용에 기부권(전혈헌혈/혈장성분헌혈 3500원, 혈소판성분헌혈 6000원, 혈소판혈장성분헌혈 8500원. 헌혈자들은 헌혈 후 기념품을 받는 대신 이 금액을 자신이 원하는 기관에 기부할 수 있음. 2011년부터 시행)을 더한다면 총 26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일반 국민이 흔히 떠올리는 헌혈 기념품인 영화 관람권은 2013년부터 2018년 8월 현재까지 330회에 걸쳐 총 753만 2274장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25만 5379장을 구입했고, 영화 관람권 구매를 위해 35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또는 음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권 구입(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 빵짐, 편의점 등)이 영화 관람권 다음으로 많았다. 적십자사는 2013년부터 총 611만 1620개를 구입했고, 이를 위해 204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기념품으로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키보드 등 소품을 사는데 135억원, 음악감상이용권, 스파 입장권 등에 1억7000만원을 소요하기도 했다.
적십자사는 기념품 구입액을 해마다 늘려가며 헌혈자 유치에 힘쓰고 있지만 헌혈횟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헌혈의 집을 통한 헌혈 횟수를 살펴보면 2014년에는 189만건, 2015년에는 195만건의 헌혈이 이뤄졌다. 그러나 2016년에 172만건으로 감소했고, 2017년에 179만건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주목할 만한 헌혈 건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적십자사는 우리나라 혈액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으며, 혈액제제 판매 등을 통해 사실상 기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 적십자사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17년 한 해에만 혈액제제 및 분장혈장 판매를 통해 3142억원, 혈장분획센터를 통한 제품 및 상품 판매를 통해 105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적십자사 수익의 절반 이상이 혈액 제제 판매 등 관련 분야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기동민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적십자사가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게 혈액제제의 원료인 성분채혈혈장을 표준원가 대비 71%, 신선동결혈장은 70.3%, 동결혈장은 65.2% 수준으로 납품 하고 있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기동민 의원은 “호주의 경우 기념품 없이 회복에 필요한 음료정도가 제공되며 헌혈 배지, 일정 회수 도달 시 파티 개최 등 헌혈을 순수한 기부로 만들어가고 있고, 미국에도 헌혈 홍보가 가능한 티셔츠 정도의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며 “헌혈기념품이 헌혈실적을 높일 수는 있지만 헌혈의 순수한 의미를 퇴색시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매혈 방식의 현재 헌혈 유도책이 효과적인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기가 도래됐다”며 “헌혈이 순수한 봉사, 조력의 제 의미를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