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의료분쟁 조정신청을 거부할 경우 거부 사유를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법상 의료분쟁의 피해자가 조정신청을 해도 상대 의료기관이 조정·중재를 거부하면 조정은 성립되지 않고 피해자는 결국 민사 소송으로 가거나 경찰·검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년부터 2018년 6월) 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중재 신청건수는 총 5768건, 그 중 44%인 2560건은 의료기관이 조정·중재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정거부 건 2560건 중 69%에 해당하는 1755건은 특별한 사유 없이 참여를 거부한 건이다.
특히 중재원은 의료기관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피해자에게 ‘각하 통지서’를 발송하는데 각하 사유란에는 ‘피신청인의 조정 불응의사 확인’ 단 한 줄 뿐이다.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고 고통 받은 피해자에게 이런 한 줄짜리 무성의한 각하통지서를 보내온 것이다. 중재원의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환자의 만족도는 2015년 68점에서 2017년 50점으로 대폭 하락한 바 있다.
이에 김상희 의원은 지난 8월 6일, 이런 무의미한 답변을 방지하고 신청인이 의료사고 유무 여부를 예측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게 ‘객관적인 거부 사유가 포함된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기 위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김상희의원 등 13인)’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자율 조정제도의 취지에 반함 ▲환자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정보(진료기록부등)를 이미 제공하고 있음 ▲의료인·의료기관의 업무 과중과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역행함 ▲사유서 미제출시 조정 자동개시는 과도함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김상희 의원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유를 밝히는 것이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무엇이 역행한다고 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재원을 통해 피해자와 의료기관의 의견을 문서상으로 명확하게 정리한다면 불필요한 싸움과 소송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료사고로 가뜩이나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런 무성의한 각하통지서를 보내는 것은 상처받은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는 조정을 거부하는 의료기관이 명확한 사유를 밝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