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렸다.
병원 치료 때문에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인데 저출산 추세로 소아환자가 감소하자 우선순위 철수 대상에 오른 셈이다.
2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한양대학교병원은 최근 병원학교 '누리봄교실'의 폐교를 논의 중이다. 병원 공간 재배치와 소아환자 감소가 주된 이유다.
한양대병원의 '누리봄교실'은 지난 2005년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수도권 최초로 문을 연 병원학교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장을 받기도 하는 등 그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국 10개 병원학교 중 가장 먼저 폐교 논의에 들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봄교실'의 개설 초기부터 교육봉사를 담당해온 한양대학교 학생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양어린이학교는 이날 공식입장문을 통해 "병원학교의 폐교 결정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이들은 "폐교는 학교의 이념, 즉 ‘사랑의 실천’과 완전히 상충되는 결정"이라며 "병원학교를 폐교시키는 것은 병원학교에 속한, 그리고 앞으로 속하게 될 모든 환아들의 교육 받을 기회와 권리를 무시하고 박탈하는 행위다. 대학으로서 교육에 앞장서야 할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환아들에게 사랑이 아닌 절망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의 병원학교 폐교 결정에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병원학교가 환아와 학부모를 포함하여, 다양한 자원봉사자 그리고 교직원들의 노력으로 꾸려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협상과 논의도 없이 병원학교를 폐교하겠다고 통보한 한양대병원의 독단적인 업무 처리과정은 절대 납득할 수 없다"며 "병원 학교의 폐교는 한양대병원의 퇴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현지 누리봄교실 폐교 반대 TFT 팀장은 "지난 20일 병원으로부터 폐교를 결정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이전에 단 한 번도 봉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 병원학교 개원 때부터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는데도 폐교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현재 진행상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학교의 환아들은 장기입원이나 치료일정으로 학교를 못가는 아이들로 교육도 문제지만 사회성도 떨어지고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도움을 주고 사회성을 길러주는 곳이 병원학교"라며 "병원학교가 폐교되면 10명 내외의 아이들이 교육기회를 잃게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폐교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의료법 강화로 인한 병상간 이격거리 확보와 소아환자 감소가 고민의 이유다.
병원 관계자는 "당장 11월 말부터 병상간 이격거리를 1m로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된다. 또 권역응급센터 지정으로 응급중환자실과 음압병실이 추가적으로 필요해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진행 중에 있다"며 "병원환경 변화로 필요한 공간은 계속해서 늘고, 저출산 문제로 소아환자가 많이 줄다보니 어쩔수없이 폐교 논의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만, 아직 폐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편의시설을 옮긴다든지 동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더 고민하고 의견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