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가 국립대병원장에 공개 서신을 보내 주목된다.
28일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존경하는 국립대병원장님들께’라는 제목의 서신을 공개했다.
단국대병원 전공의 3년차로 일하고 있는 전공의라며 자신을 소개한 이승우 회장은 “전국 곳곳에서 수련 받고 있는 1만 6천 전공의들의 마음을 한데 모아 전달하기 위해 펜을 들어 몇 글자 적고자 한다”며 서두를 적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국정감사에서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이 전공의 인력 공백에 따른 간호 인력 운영의 불가피성을 국회에 호소했다는 내용을 접했다. 그런데 제가 실망했던 점은 무면허의료행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전공의 정원 감소 및 충원 미달, 전공의법을 핑계로 삼았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적절한 수련을 받지 못하는 전공의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계는 기형적’이라며 “수술 건수와 외래환자는 많을지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교수님들은 전공의를 가르칠 시간조차 없다. 만약,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수련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모든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한다면 단연코 대한민국 의료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닌 그저 값싼 노동력으로만 보실 것이냐.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다. 의사가 부족하면 의사를 더 고용해야지요. 왜 병원장님들은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느냐”며 “인력 고용의 어려움이 있으면 왜 어려운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전공의 수련보조 비용 필요성을 피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어 “전공의가 부족하면 무면허의료행위를 허용해도 되는 것인가. 저희는 무면허의료행위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계속 외치고 있는데 병원장님들은 눈 가리고 아웅만 하신다”며 “수술실에서 환자의 개복과 마무리 봉합을 하고, 처방을 의사가 아닌 직역이 하는 현실이 정말 환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 의사면허가 없는데도 수술을 집도하는 무면허의료행위는 제발 근절되어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소위 기피 과목이라고 일컫는 육성지원과목에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다고 의사가 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지 마시라. 병원장님들이 나서서 정부에 대안을 제시해달라”며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다른 직역에 맡긴다면 전공의는 앞으로 점점 더 그 자리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의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된 전공의법과 전공의 폭행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병원은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국 전공의 수련 시간을 지켜지지 못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인력 공백을 운운하며 불법을 합법화하려는 미봉책만 외치고 있다”며 “작년 전북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폭행 사건이 이슈가 되어 알려졌지만, 그동안 다른 국립대병원에서의 폭행 사건에 대한 제보도 끊이질 않았다.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병원이 과연 수련병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병원장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먼저 전공의가 하는 업무 중에 의사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의사가 하고, 전공의가 국민 앞에 떳떳한 전문의가 될 수 있는 수련환경을 제공해주시라”며 “저희는 더 이상 경영수단이 아니라 같은 의사로서 존중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