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건선 환자들은 몸의 증상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심해집니다. 짙은 색 옷 위로 각질이 떨어지니 쉴 새 없이 신경이 쓰이죠.”
29일 ‘세계건선의 날’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해준 대한건선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피부과)은 건선에 대해 “건선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건선은 좁쌀 같은 붉은 색의 발진 위로 하얀 피부 각질세포가 겹겹이 덮이는 증상의 비전염성 만성 피부질환이다. 발진의 크기는 동전 정도로 커지기도 하고, 심한 경우 손바닥 크기로 커진 병변이 군데군데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사회활동이 왕성한 30대~50대에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건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지난해 기준 약 17만 명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인식 부족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 한의학 등 대체치료를 선택한 환자 등 누락된 환자가 상당할 것으로 봤다. 건선학회는 실제 국내 건선환자의 수가 전체인구의 약 0.5~1%인 25~50만 명 정도로 추정했다.
송 이사장은 “건선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꾸준히 치료를 하면 정생생활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없는데 방치하면 관절, 소화기, 뇌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라면서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민간요법이나 한의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권 진료를 받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회는 또한 건선의 증상이 피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올바른 치료를 당부했다. 건선은 건조증과 같은 단순 피부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심각한 동반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건선 관절염의 경우 국내 건선 환자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동반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관절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이러한 염증은 눈이나 장, 심장, 생식기관에도 침범할 수 있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역시 건선의 흔한 동반질환이다.
건선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호전될 수 있다. 경증 건선에는 국소치료법, 광치료법, 경구약제를 사용하며, 최근들어 생물학적 제재가 치료에 활용되면서 중증 건선환자 또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유성 건선학회 홍보이사(울산대병원 피부과)는 “국내 건선 치료현황을 보면 아직도 치료받지 않는 환자 비율이 10~20%정도 된다. 건선의 완벽한 완치는 아직까지 어렵지만 최근의 생물학적 제제들의 경우 병변의 대부분을 소실시키는 등 충분환 완화가 가능하게 됐다”며 “기존에 위중하고 힘든 환자들을 치료하는 여러 무기가 생겼으니 환자들도 치료 기회를 잘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