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백반증 환자에게 세포이식술이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피부과 배정민 교수는 2015년 7월~2018년 3월까지 6개월 이상 광선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는 백반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배양 표피세포이식술을 시행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비배양 표피세포이식술을 시행한 환자들은 이식 한 달 뒤부터 광선치료를 재개했으며, 3개월 이상 치료한 경우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 결과, 표피세포이식술을 시행한 20례 중 17례인 85%가 치료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포이식술은 세포 배양 여부에 따라 비배양법과 배양법으로 나뉘는데, 이번 연구에 이용된 비배양 표피세포이식술은 정상 피부에서 채취한 표피를 세포 단위로 분리해 세포 배양 없이 백반증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공여부 면적의 5~10배까지 이식할 수 있어 넓은 부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비배양 표피세포이식술이 난치성 백반증의 표준 치료법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로 승인되지 못해 연구 목적에 의해서만 시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백반증의 세포이식술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논문은 대한피부과학회지 8월호에 게재됐다.
또, 배정민 교수는 백반증 수술 치료법 중 하나인 미세펀치이식술의 치료 성적을 분석한 연구 논문도 발표했다. 배정민 교수는 2015년 1월~2017년 8월 난치성 백반증 환자에게 시행된 미세펀치이식술 230례를 분석했으며, 78.7%가 치료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펀치이식술은 0.8 mm 크기의 작은 펀치이식기로 귀 뒤의 피부를 백반증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법으로, 수술 일주일 후부터 주 2회 엑시머 레이저 및 연고 치료를 병행했다.
미세펀치이식술에 대한 연구 결과는 미국피부과학회지 10월호에 게재됐다.
배정민 교수는 “광선치료로 백반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번에 발표한 연구 결과가 백반증의 다양한 수술기법들이 국내에 정착되는데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포이식술은 아직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아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반증은 멜라닌세포가 소실되어 피부에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흰 반점이 나타나는 후천성 탈색소질환으로, 자외선치료와 엑시머레이저 치료가 기본요법이나 넓게 진행된 경우에는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백반증의 수술 치료는 백반증이 1년 이상 번지지 않는 안정형 백반증 환자에 한해 시행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주로 시행되는 수술법은 흡입물집이식술이다. 이 수술법은 효과는 좋으나 공여부와 수여부를 1:1로 이식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범위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이 있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