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나가면 죽을 줄 알아.”
병원에 입원한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퇴원 시켜달라”며 이렇게 협박했다. 남편은 취한 상태로 난동을 피우다가도 술만 깨면 ‘자신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알코올중독(의존증) 환자였다. 지난해 취재차 만났던 아내 A씨는 퇴원 후 남편이 해코지를 할까봐 두렵다며 눈물지었다.
그 후 A씨의 남편은 한 달이 채 안 돼 정신병원을 무사 퇴원했다. 2017년 5월 30일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이다.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강제입원을 어렵게 만든 법이다. 이 법에 따라 환자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입원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의료기관에서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A씨의 남편처럼 치료가 더 필요한 환자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병원을 나온 정신질환자들이 돌아온 사회는 치료 전과 다를 바 없다. 지역사회 내에 재활이나 치료를 돕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고, 이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법 개정으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퇴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적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낮에 행인을 칼로 찔러 중태에 이르게 한 사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 특정 연예인에 지속적으로 음란물을 보낸 사건, 처음 본 캠핑객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 등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범죄는 ▲2015년 6980건 ▲2016년 8287건 ▲2017년 9027건 등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작 환자에게선 치료기회를 빼앗고, 사회에는 부담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개정된 법으로 인해 가족들은 치료되지 않은 불안정한 환자를 무작정 떠맡게 됐다. 의료지식이 전무한 가족들은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해도 대처가 어렵고, 위기상황에서 피해자로 전락하기 쉽다. 국가는 이들을 책임져주지도 않고, 제대로 된 치료인프라를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모호한 ‘인권’만 강조한다.
정신질환자의 퇴원을 쉽게 만든 제도가 누구에게 이로운 결정인지 의문이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치료 기회’이고, 사회의 역할은 이들에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