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COPD 환자와 사망자 모두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한 연구에서 1990년 세계 사망원인 6위에 머물던 COPD가 2020년에는 세계 3위로 오를 것으로 추정했는데 실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학회)에 따르면 COPD는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 등으로 인해 폐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점차 숨길이 좁아지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특히 방치하면 폐기능이 저하되어 호흡곤란을 유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2010년 기준 전세계 COPD 환자 수는 약 3억8400만명에 달하며, 유병률은 약 11.4%로 추산된다. WHO는 COPD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15년 약 321만7000명에서 2030년 약 456만8000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COPD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와 관련 학회는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 도입해 범국가적 COPD 진단체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COPD 진단율이 2.8%에 불과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COPD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 국가이다. 2013년 미국의 COPD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42.2명으로, 1969년 21명 대비 크게 늘었다. 영국은 최근 10년간(2006년~2015년) 연평균 약 2만8000명이 COPD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은 COPD 사망자가 2010년 기준 93만400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COPD 사망자도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COPD 사망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성하기도질환이 10만명당 13.2명으로 전체 중 8위로 기록돼 비교적 낮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는 “국내 사망원인 4위인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상당수가 현재 COPD로 인한 사망자로 추정되고, 국내 사망원인 2위인 심장질환 중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자 일부도 COPD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한국도 COPD로 인한 사망자가 국내 사망원인 3위 뇌혈관질환만큼 사망자가 나오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WHO, COPD 퇴치 위해 GARD 설립…2011년 집중관리 질환으로 지정
현재 WHO와 세계 각국은 COPD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COPD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COPD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해 모범 전술을 펼친 ‘핀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핀란드 10개년 COPD 프로그램(The 10-year COPD Progamme in Finland)’ 사업을 진행, COPD 유병률 감소, COPD 진단 개선, 중등도-중증 환자 수 감소, COPD로 인한 입원 감소, COPD 치료 비용 감소 5가지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의료종사자 대상 교육 및 훈련 등이 대표적인데 10년간 약 2만5000명 참여해 900개 이상의 활동을 진행한 결과, COPD 유병률의 증가를 방지할 수 있었고, 진단의 질 개선, COPD로 인한 입원 감소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황용일 교수는 “WHO의 경우 2006년에 이미 COPD 포함 만성호흡기질환과 관련된 세계 각국의 학회, 협회들과 함께 세계만성호흡기질환퇴치연맹(GARD)을 설립했다”며 “GARD는 각 국가들이 만성호흡기질환 예방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강화하는데 지원하고, 이외에도 만성호흡기질환 및 요인들을 관찰하는 한편, 질환 추세를 평가해 각국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황 교수는 “WHO는 2011년 COPD를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과 함께 비전염성 질환(NCDs) 중 집중 관리가 필요한 4대 질환으로 지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집중 관리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7년 5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COPD 국가행동계획(COPD National Action Plan)을 수립, 발표했다. 미국 의회의 요청으로 관련 단체들과 함께 COPD 국가행동계획을 개발했으며 5가지 목표를 설정 목표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구사했다.
인식 증진 및 부담 완화를 위한 환자와 보호자 지원, 환자의 통합적 관리를 위한 의료진 지원, 데이터 수집과 분석, 보고, 배포, 연구 지원, 관련 권장사항 실행 같은 활동이 대표적이다. COPD 국가행동계획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등을 구분하고, 각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국내는 조기진단체계 마련 더뎌...국가건강검진에 포함 목소리 높아
한국도 COPD 대책 마련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COPD 발병과 관련된 흡연율과 결핵 발병률이 높은데다 최근 미세먼지 이슈까지 더해져 앞으로 위험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유병율 등 현황 파악에 나섰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COPD에 대한 적정성 평가 실시, 연구 발주, 홍보 포스터 배포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역시 진료지침, 인지도 조사, 교육홍보자료, 현장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COPD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진단율이 2.8%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11월16일 ‘세계 COPD의 날’을 맞아 2020년 세계 사망원인 3위 COPD와 전쟁을 벌이는 세계 각국의 전략과 전술을 살펴보고, 국내 COPD 대응 전략 1순위로 범국가적 진단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정부와 국회, 학회가 내놓은 복안이 범국가적 COPD 조기진단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폐기능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학회는 국가건강검진 내 폐기능검사 도입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 연구를 진행, 도입 타당성을 입증한 자료를 만들어 힘을 실었다. 국회도 범국가적 COPD 진단체계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학회 김영균 이사장(가톨릭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COPD는 폐가 손상되어 다시 원래대로 회복이 되지 않는 ‘비가역적’ 질환이다. 때문에 이를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통해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COPD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인해 대다수의 COPD 환자들이 호흡곤란이 나타날 정도로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COPD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폐기능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영균 이사장은 “폐기능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116억6770만원으로 COPD로 인해 연간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 1조 4000억원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는 매년 56세와 66세 국민을 대상으로 폐기능검사를 할 경우이며, COPD 고위험군인 10년 이상 흡연한 50세와 60세 대상으로 검사할 때는 연간 23억3370만원의 비용이 들 뿐”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각국이 COPD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국내 COPD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폐기능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도입, 범국가적 COPD 진단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라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