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온편지] 이름도 생소한 두경부암, 건강보험도 외면

[병실에서온편지] 이름도 생소한 두경부암, 건강보험도 외면

효과보는 표적항암제, 치료비 부담에 "중단 해야하나" 걱정

기사승인 2018-11-06 00:11:00

저는 50대 두경부암 환자입니다. 정확히는 하인두암 환자입니다. 목소리를 내거나 호흡에 관여하는 후두 주변에 암 세포가 생긴 질병이라고 하는데 집 근처 몇 군데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다 암이 발견됐고, 올해 6월 초부터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대학병원에 입원해 암이 다른 장기나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PET-CT를 통해 추가 검사를 진행했는데 시작은 하인두암이었고, 암 세포가 폐로 전이된 상태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최종 진단은 하인두암과 폐암 2기였습니다. 암 환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폐까지 전이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두경부암’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갸우뚱 합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악성종양인 하인두암을 진단 받은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의 설명으로 두경부암에 속하는 하인두암을 알게 됐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두경부암 또는 하인두암이라고 하면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질환인 식도암이라고 설명합니다. 

두경부암은 환자 수도 적을 뿐 아니라 쓸 수 있는 치료제도 다른 암종에 비해 상당히 적습니다. 국내에서 쓸 수 있는 허가 받은 표적항암제도 한 가지 종류만 있다고 합니다.

◎통원치료의 기쁨도 잠시, 발목 잡는 치료비= 폐암을 진단받은 날부터 곧바로 입원 수속을 밟고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닷새 동안 얼비툭스(세툭시맙)를 이용한 표적항암제 요법으로 치료받았습니다. 초반에는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라는 사실에 너무 당황해 체력 소모를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입원에 대한 부담감과 암 환자라는 사실에 대한 심리적, 육체적 부담 및 소모가 얼마나 큰지 체감했습니다. 

흔하게 들어보지 못한 암에 걸렸다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쉬지 않고 들어가는 항암제 치료로 인한 체력 소모도 매우 컸습니다. 게다가 암 병동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들을 보는 것 역시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이후 교수님께 요청드려 통원 치료로 변경했습니다. 일주일 중 4일을 병원에서 보내지만 그래도 입원했을 때 보다 훨씬 심적으로 안정되었습니다. 또 매주 표적항암제 치료를 통해 두경부암과 폐암 모두에서 좋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은 저에게 ‘표적항암제 치료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 가지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치료비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맞는 표적항암제가 허가를 받은 지 오래지만 아직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치료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과거 가입했던 암 보험금은 이미 바닥 난지 오래입니다. 저는 그나마 치료 중간 사회생활을 지속해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당해야 하는 치료비가 너무나도 걱정입니다. 기약 없는 치료 기간은 경제적인 부담만 높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표적치료제가 효과를 보여 병마와 열심히 싸우며 호전돼 가는데 결국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감당되지 않은 치료비로 도돌이표를 찍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건 저 뿐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저 한숨만 나왔습니다. 치료를 잘 받고 있던 다른 두경부암 환자들 중 경제적 이유로 더 이상 표적항암제 치료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곧 나에게도 다가올 일일까?’라는 생각에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주치의도, 환자도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표적항암제가 왜 급여에서 제외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입니다. 하인두암을 포함해 두경부암 투병을 하고 있는 모든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은 똑같습니다. 저는 그나마 개인보험과 지속하고 있는 사회생활로 인해 지금껏 치료했지만 이 마저도 없는 두경부암 환자들은 경제적 어려움만 쌓여갑니다. 

해결방안은 있습니다. 흔하게 듣는 암종들은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두경부암은 인지도와 치료제는 적지만 환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저를 포함해 두경부암 환자의 주머니 사정을 덜어줄 수 있는 급여 정책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어두운 구름이 걷힌 후에는 새파랗고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두경부암 환자에게도 맑은 날이 곧 오리라고 믿습니다. <경기도 분당에서 김수현(가명)>

정리=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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