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최선의 진료였습니다’란 말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를 죽이고도 최선을 다했다면 진료나 처치 중 실수가 있었어도 벌할 수 없고, 면죄부를 줘야하냐는 불만이 한 사건으로 인해 불거졌다.
지난 2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1심 재판부(판사 선의종)는 2013년 5월 성남 A병원 의사 3명이 13일 동안 4차례에 걸쳐 8세 아동의 횡경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과 관련, 3명의 의사에게 1년에서 1년 6개월의 금고형을 내리고 법정 구속했다.
이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의사들은 ‘다음엔 내 차례일 수 있다’며 대규모 거리집회를 계획하며 집단반발에 나섰다. ‘최선의 진료’를 했음에도 나쁜 결과로 인해 벌을 받는다면 진료가 위축돼 살릴 수 있는 생명도 살리지 못하고, 국민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다.
하지만 사건을 접했거나 이러한 의사들의 태도를 지켜본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에서는 의사들이 얘기하는 최선의 진료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는 이들도 있었다. 해당사건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X-ray 소견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이들의 진료가 최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는 11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추진한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성남 A병원 사건과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분리하려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의료행위에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과실의 경중은 어떤지는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회장도 “사건의 본질은 의사의 의료행위, 의학적 판단에서 과실여부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당시 3명의 의사가 어떤 진료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언급할 수도 없고 하는 것이 적절치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판독 소견을 봐야했지만 그건 참조자료일 뿐이다. 당시 (처벌된 의사들은) 상황,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의 진료를 다했다”면서 “세세한 과실여부는 전문가 위원회에서 따져봐야 한다.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연했다.
최선의 진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영상의학적 소견을 비롯해 진단검사의학에서의 검사소견, 각종 검사나 신체에 대한 진찰결과, 기타 환자의 가족력과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이 내려진다”며 “진료의사가 책임을 지고 진단을 내려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협회와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의사도 “진료지침이나 체계화된 진단과정이 있다면 이를 충실히 따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최소한의 최선의 진료일 것”이라면서도 “자신이 배우고 아는 범위 내에서 여러 소견과 정황을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진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의 답변에 대해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책임은 다하지 않고 권리만 누리겠다는 말”이라며 비난했다. 의사면허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겠지만, 결국 자신을 믿는다는 말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식과 경험은 진단을 내릴 당시의 컨디션 등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된다는데 있다”며 “한 번 면허나 자격을 취득하면 30년, 40년이 돼도 지식과 경험이 시대에 맞게 형성돼있을지 누가 아냐”고 면허갱신 등 제도적 보완과 오진에 대한 냉정한 하지만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처벌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