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원칙이 있다. 소득에는 반드시 세금이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을 피해가는 세금이 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거래할 때 부과되는 간접세로 투기 방지와 세수 확대를 위해 1978년 만들어졌다. 주식 거래에 따른 손실이나 이득과 관계없이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증권거래세의 법정세율은 0.3~0.5%다. 코스피 시장은 0.15%, 여기에 농어촌특별세(0.15%)를 포함하면 0.3%가 부과된다.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에도 0.3%의 세율이 적용된다. 비상장주식에는 0.5%를 부과한다.
사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팔 때 손해가 나더라도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증권거래세는 정상거래에 대한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1965년)과 독일(1991년), 일본(1999년)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 침체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거래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100여건이 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 보다 정보가 없다보니 주식 매매 빈도가 더 잦은 것.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낸 거래세는 9131억원이다. 이는 외국인 5967억원, 기관 4314억원 보다 3100억원~4800억원 더 많은 액수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는 금액 차이가 더 크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각각 1977억원, 1474억원을 부담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2조3483억원의 세금을 냈다. 개인이 11배~16배 정도 더 부과한 셈이다.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기준은 올해부터 종목별 평가액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아졌다. 양도세 부과 대상이 확대된 셈이다. 오는 2021년 4월부터는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대상자들은 양도차익의 규모에 따라 22~27.5%의 양도세를 내면서 동시에 거래세도 함께 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증권거래세는 이익이 나도 내지만, 손실이 날 때도 내야 한다. 앞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상당히 넓은 층이 내게 돼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폐지에 신중한 태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감에서 “증권거래세 0.1%에 세수 2조원 정도가 좌우된다”면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이론적으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 언급하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