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가정주부 A씨는 20개월 된 자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출산 후 조울증을 앓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딸을 죽이지 않으면 타인이 죽일 같다고 진술했다. 또한 B씨는 아들을 등에 업은 채 저수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출산 후 우울증을 겪어왔고, 자녀와 함께 자살한 것으로 판단했다.
위의 사례는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PPD)’이 불러온 일부 비극적 일화에 불과하다. 관련 연구 논문을 종합하면 0.5~60%의 여성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당국은 관련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산후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정동청 서울청정신의학과 원장은 “산후우울증은 우울증으로써 특정 시기에 특정 인구집단에서 나타나는데, 임상 측면에서 볼 때 조울증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산후우울증 유발 확률이 더 높다”며 “임신 과정과 출산, 호르몬 변화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임신을 하면 몸이 힘들고 아이 양육의 어려움 등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양육에 대해 지나치게 큰 책임감과 부담을 갖는다. 혹여 ‘내가 잘못하면 아이에게 큰 일이 생긴다’는 우려가 강해 작은 실수조차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각 시도 지자체 보건소에서 산후우울증 검사 후 고위험자에 대해 국립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며,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25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산모 관련 사업 현황을 보면, 11개 정신건강복지센터만이 산모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그나마 예방교육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인력도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중앙 및 권역 모두 상담팀은 3명뿐이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문의 1명 외에는 상근 배치 계획조차 없었다.
정동청 원장은 “엄마의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안정적인 양육환경이 마련되지 못해 아이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극단적일 경우, 자살 및 영아살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엇보다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한데, ‘조금 우울하다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착각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울증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민 의원은 “산후우울증은 영아 살해 후 자살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산전․산후의 정서적 어려움은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병 후 상당 등 진료가 중요하다”며, “그러나 산후우울증은 개인적 이력 외에도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사전 예방을 위한 체계적 실태조사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