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시청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 1만여 의사들(주최측 추산 1만2000명, 경찰 추산 6000명)이 또 다시 모였다. 2017년 12월 10일,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며 거리로 나선 이후 4번째다. 일주일 중 단 하루, 휴식을 취해야할 의사들이 미세먼지 가득한 거리로 뛰쳐나온 이유는 오진을 징역으로 돌려준 법원의 판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1심 재판부(판사 성의종)는 8세 아동의 사망사고와 관련 오진을 내린 의사 3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확정하고, 징역 1년과 1년 6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의사들은 당황스럽고 두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명 심평의학으로 불리며 의학적 판단에 앞서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맞춰 진료를 해야 하는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더해 사법부마저 의사의 진단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경우 싸늘한 감옥에 가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판단에서다.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제3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대한민국에서 힘든 의사로 살아가느라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이어 이 의장은 “왜 의사들이 추우나 더우나 거리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와 울분을 터트려야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의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진료하는 분야에서 최대한 신처럼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이라며 “예상치 못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의사를 구속한다면 진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해결책을 확실히 담보하지 못한다면 의사들은 살기위해, 교도소에 가지 않기 위해 부득이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힘들어지고 의료는 퇴보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현장에 집결한 의사들은 ‘진료의사 부당구속 국민건강 무너진다’, ‘방어적인 진료조장 사법부가 책임져라’, ‘적당진료 강요하는 의료구조 개혁하라’, ‘심평의학 족쇄풀고 최선진료 보장하라’, ‘의료제도 바로세워 국민건강 지켜내자’는 등의 구호와 피켓을 들고 호응하며 사법부와 정부를 향해 부당한 현실을 목소리 높여 지적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