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약으로 알고 있는 첩약의 건강보험 급여적용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끝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한의 보장성 강화와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민 진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한의 보장성 확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특화분야를 발굴하고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거쳐 건강보험 확대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한방치료 보장성 강화’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일견 국회와 정부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검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첩약에 대한 급여화 논의는 대통령 공약 후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복지부는 12월을 기점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논의가 순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유는 의료계의 한방에 대한 격렬한 거부반응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한의학 특히 첩약에 대해 급여화 필요성이 제기될 때면 강하게 반발해왔다. 한약이 건강보험을 적용할 만큼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아닌데다, 보다 근본적으로 안전성이 의심스럽고,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현재 한방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과학기술이 적용된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조차 현대의학이 바탕이고 그 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를 전통의학적 사고로 인체를 해석하는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것은 무자격자의 의료행위와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추무진 집행부 또한 “첩약을 비롯한 한의약은 근본적이고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검증되지 못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의료의 대상은 인체, 사람의 생명이다. 의료의 수단은 철저히 과학이어야 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명확하게 검증하지 않고 한의약의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도외시하는 처사”라고 평한 바 있다.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성종호 부위원장은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한방치료에 대한 불만족 사유의 74.6%는 치료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어 안전성과 근거부족이 꼽혔다”면서 “건강보험의 목적은 국민 모두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방급여를 원한다면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하는 것이 재정안정성이나 건강보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한의계는 건강보험 적용이 국민건강과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1990년대 침 치료 등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된 후 임상자료가 축적돼 검증이 가능해졌고, 지금에 와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문제 삼는 이들이 사라진 만큼 첩약에 대한 급여화도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한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은경 기획이사는 “의약품 등은 처음 허가 받을 때 기본적인 것들을 시험하고 사용량이 늘어 광범위한 환자에게 쓰이며 자료가 쌓인다. 보험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기회조차 없다”면서 “한의학의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 자료를 활용해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된 처방을 바탕으로 보험에 진입하고 사용량을 늘려야 길이 열린다”고 답했다.
여기에 한의협은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민이 금전적인 문제로 진료선택권을 제한받는 불합리한 상황을 없애고, 진료선택권과 편익을 높이는데 있다”며 “국민적 요구와 기대가 형성된 만큼 의료계의 한의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몰이해에 매번 대응하기 보다 국민 편익과 건강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 한의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한약의 안전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의료계에서 한 해 발생하는 의약품 혹은 수술 부작용이나 후유증 문제가 한약 나아가 한의학적 처치로 문제가 된 사건에 비해 월등히 많다. 따져보면 의료계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화나 타협,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조건적인 배척은 올바른 태도는 아닌 것 같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면서 “지금과 같이 의료계의 무조건적인 배척이 이어진다면 결국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고, 그 첫 대상이 첩약급여화가 될 것”이라는 평소 생각과 앞으로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