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7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자리. 당시 윤모 위원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모종편 방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마치 조현병 환자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이 사람들을 어디에 관리를 하자고 진행자가 했던 이야기는 제작진의 입장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너무 위험한 발상 아닌가?”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에 의한 강력 범죄가 언론을 통해 속속 전해지면서, 정‘관리’ 혹은 ‘격리’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 강력 범죄자 중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이 극히 미미한 수치임을 감안할 때, 정신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공포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정신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바라보지 않고, 사회에서 격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 및 치료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에 따르면, 정신질환 전체 범죄자 수는 지난 2007년 5726명에서 2016년 8343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 사건이 미디어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이 앞장서서 마치 공식처럼 조현병이나 정신질환과 연결 짓고 있다”며 “자극적인 기사와 멘트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지역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대표도 “강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보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 당사자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범죄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언론 보도는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대표는 “심지어 같은 동네에 정신장애인이 살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해 정신장애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를 설명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대중의 공포나 염려에 대해서 “일부 공감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 센터장은 “정신장애인을 다루는 미디어의 태도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며 “범법자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하면 되는 사안에 굳이 ‘치료감호’나 ‘심신미약’ 등의 단어를 삽입해 전체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인 냥 매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시각 자체의 수정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신석철 대표는 “‘마음의 병’에 걸리면 인간관계가 다 끊어진다”며 “정신장애인들은 가족 행사에서마저도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사자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에서 정신장애인을 단지 치료가 시급한 환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거나 교육 등이 이뤄질 공간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유동현 센터장도 의료서비스보다 지역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최소의 주거지원과 고용안정, 주변 지지체계망의 구축이 시급하다”며 “현재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의료서비스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받아야할 환자로의 시각에 정책 방향이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법 취지에 따라 작동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입원’, 즉 분리나 격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사회 정신질환자에 대한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보건-복지연계서비스 제공이지만,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은 정신건강증진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있는 일반인을 통합사례관리 대상으로 다루기 때문에 중증 정신질환자는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김도희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격리하고 배제했던 근대 치안국가들의 행태가 반복되도록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