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3번 갔을 때 전문가가 됐고, 10번을 가서는 의문이 생겼고, 20번을 갔다 오니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양파껍질처럼 이해하기 힘든 곳이다. 요즘 대통령이 방문하며 비춰진 평양은 좋아보인다. 하지만 평양은 모범 모델하우스일 뿐이다.”
인요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겸 국제진료센터 소장(사진)이 13일 전한 북한 방문 소감이다. 인 교수 집안은 조선 황조 시절이던 1895년, 故 유진 벨(Eugene Bell) 선생이 전라도 전주에 정착한 이후 5대째 선교와 봉사활동, 북한결핵퇴치사업과 의료장비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인 교수는 ‘남북교류대비 간호교육체계의 과제와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통일간호포럼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북한의료의 현실을 알렸다. 그가 공개한 사진과 동영상에는 50~60년대 의료기구들이 버젓이 사용되고, 그 마저도 전기가 없거나 고장이나 방치된 모습이 담겼다.
전기가 없어 물을 올려 음압을 통해 농을 빨아내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비가 사용되고, 의료기관 곳곳에 비치된 맥주병에는 물을 증류시켜 만든 식염수나 수액을 담아 환자에게 쓰이고 있었다.
전신의 30%에 3도 화상을 입은 어린 환자의 피부이식을 위해 동네 주민 300명이 허벅지 등의 피부를 간단한 부분마취와 별다른 감염예방조치 없이 도려내지는 장면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병원의 한 벽면에는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다’라는 글귀도 걸려 있었다.
이에 대해 인 교수는 “가슴 아픈 명언이고 현실”이라며 “북한 각지의 의료기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는다. 지급되는 물자가 없어 병원이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 겨울철 병원의 평균 온도가 11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난방이 들어오는 곳은 소아병동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은 더러운 물 때문에 죽고, 구루병이 여전히 창궐하며 성병과 간염, 특히 결핵으로 시달린다”면서 “1965년 전 국민의 5%가 결핵환자였던 우리의 현실이 지금의 북한과 비슷하다. 2차 항생제가 없어 1차 약을 계속 사용하다보니 ‘다제내성공장’이 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남북교류시 가장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할 분야”라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의약품 등 물자가 부족해 전염성이 있는 폐결핵에만 약을 쓰고, 폐를 제외한 결핵에 대해서는 수술만으로 치료를 하고, 아무런 방사능 차단장비가 없어 방사선촬영을 전담하는 인력을 두고 10년으로 줄어드는 수명을 대가로 식음료를 조금 더 배급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전하며 “(북한은)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살아간다”는 씁쓸한 말을 남겼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