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만행을 폭로한 공익신고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내부고발 없이는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폭로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사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1층에서 양 회장의 범행 내용을 제보한 공익신고자 A씨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세 언론사는 지난달 30일부터 A씨의 제보를 받아 양 회장이 위디스크 직원들에게 대마초 흡연을 강요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해왔다.
A씨는 이날 “지난 7월28일 SBS 방송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자체 조사를 해 본 결과 양 회장이 비밀리에 업로드 조직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방송 전까지 내부 직원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 수사를 진행했지만 휴대폰과 하드디스크를 수차례 교체하며 내용을 삭제하는 등 회사가 증거를 없애는 것을 봤다”며 폭로 배경을 설명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 대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신고를 했다”며 “더 빠른 시일 내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유통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많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드린 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날 양 회장이 건넨 현금 뭉치를 공개했다. 그는 “양 회장은 한 직원에게 경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할 것을 요구하며 현금 500만원을 건넸다”며 “현금을 받은 직원이 나한테 가져다 줬다. 이는 추후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양 회장은 본인 대신 구속되는 직원에게는 3억원, 집행유예되는 경우에는 1억원을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A씨는 이날 ‘아이지기’ 도청 프로그램을 지적했다. 아이지기는 양 회장이 사내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양 회장은 아이지기 프로그램을 직원들의 휴대폰에 설치해 통화내역, 문자, 주소록, 위치 등을 확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가 축적되자 양 회장은 A씨에게 이를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A씨는 불법이라며 이행을 거부,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했다.
간담회에서는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방법도 언급됐다. A씨에 따르면 양 회장은 사내 직원의 재산을 담보로 회사를 구입한 뒤 매각해 대금을 직원 통장으로 입금받아 직접 관리했다. 세금내는 것이 싫어 사측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지 않고 이러한 방식으로 양 회장이 재산을 축적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양 회장의 탈세 규모에 관한 질문에는 “30억원 규모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A씨는 “양 회장이 정치권에 개입하려는 했다는 정황이 있나”는 취재진 질문에 “양 회장이 정치권에 누구와 연관있는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경찰 수사 정보가 유출되는 등 상황을 미루어 보면 정치권과 연관이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고 답했다.
양 회장의 ‘웹하드 카르텔’ 정점에 있는 회사로 지목된 필터링 업체 뮤레카와 양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A씨는 “뮤레카는 양 회장 소유가 맞다”고 단언했다. 다만 “뮤레카가 필터링 기술을 악용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뮤레카 측이 언론에 양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이 양 회장의 협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익 제보를 위해 증거를 수집할 때 뮤레카 측 관계자들도 일부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A씨 요청으로 열렸다. 주최 측은 보도 이후 제보자와 관련해 각종 억측이 나오고 신원이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어 A씨의 의뢰를 받아 일정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지난 2015년 경기 성남에 위치한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지난 2016년 회사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일본도 등을 이용해 살아있는 닭을 죽이도록 강요했다. 양 회장은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불법음란물 유통을 방관하고 마약을 투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양 회장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총 9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0일 양 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폭행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저작권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