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양진호…노동자들의 호소

IT업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양진호…노동자들의 호소

기사승인 2018-11-14 00:02:00

“당신 김앤장 이길 수 있냐?”

최근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이 직원 폭행사태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IT업계 곳곳에 존재한 갑질 사례가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 IT종사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 의원은 이날 “IT노동자들 상당수가 매일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채근하고 독려하겠다”면서 “이 자리에 나오신 사례 발표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이 의원이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IT노조와 함께 진행했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2% 정도만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지키고 있었고,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노동자는 25%를 넘었다. 또한 응답자의 23%는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고, 20%는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은 양 회장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IT스타트업에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디자이너로 근무한 김모씨는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을 강요당하며 집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갔다”며 “학업포기를 강요당했고 개인 사생활과 물건은 전부 금지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해당 회사의 대표를 믿고 일했지만 실체는 ‘사이비 종교’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 양모씨는 “지난해 2월 H마트 IT관리자로서 근무하던 중 팀장 및 매니저로부터 온갖 욕설과 폭언, 폭행을 당했다”며 “이후 저를 내보내기 위해 온갖 압력을 관계자에게 넣었고 결국 3개월 뒤 강제사직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양씨에 따르면 위디스크 사태와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동료들이 보는 상황에서 폭언·폭행이 가해졌다.

글로벌 IT기업인 오라클에서도 갑질은 벌어지고 있었다. 안종철 오라클 한국지사 노조위원장은 “일상화된 권고사직,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위로금,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통한 괴롭힘은 누구나 선망하는 외국계 IT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세계적인 IT회사가 이러한 불합리한 일을 한국에서 지속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이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함에 노출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호소했다. 안 위원장의 동료인 배모씨는 파업 도중으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지만 71일 동안 사인 규명이 되지 않기도 했다.

사례 발표에 이어 발제자로 나선 민조노총 법률원 장재원 변호사는 “이러한 사례들은 IT업계에 만연하다”며 “양 회장 사건은 웹하드 카르텔을 고발한 동시에 IT업계의 가혹한 노동실태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또 IT업계가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장시간 노동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업계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시간은 꿈도 꿀 수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지만 제대로 된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장 변호사는 “IT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와 법정수당 미지급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엄격한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입법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임금 대장 작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사법적으로는 근로자의 연장근로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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