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진단부터 치료, 관리까지 나라가 책임지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책 차원에서 추진하는 ‘치매국가책임제’에 한의사가 전면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전면 배제를 넘어 한의사는 치매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한다며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13일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주최)에서 한의사들은 치매국가책임제를 주관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향해 정책의 편파성과 불합리함에 대해 성토했다.
현행 치매관리법 2조에서 ‘치매환자란 치매로 인한 임상적 특징이 나타나는 사람으로 의사 또는 한의사로부터 치매로 진단받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제도적 차별이나 모순으로 인해 한의사가 사실상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훈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일반 한의사의 치매선별검사 및 척도검사 수가 부재 ▲일반 한의사의 치매검사 산정제한 ▲일반 한의사의 장기요양등급 치매진단 관련 의견서 제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신경인지기능검사 급여배제 4가지를 문제 삼았다.
일반 한의사도 정규교육을 받아 수행이 가능한 치매검사 보험급여청구를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이를 준용해 장기요양보험 상 치매진단 보완서류를 법적으로 발급할 수 없도록 강제해 일반 한의사에게도 허용된 치매진단을 사실상 할 수 없다고 국민이 왜곡된 인식을 갖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당초 신경정신의학과로 제한하려했던 신경인지기능검사 보험급여 청구대상을 모든 의사로 확대해 지난해 10월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반 한의사는 물론 치매검사 청구가 가능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조차 배제시켜 사실상 제도적으로 한의사를 거세시켰다는 주장이다.
김경호 한의협 부회장도 거들었다. 김 부회장은 “건강보험의 재정적 안정성 등 필요에 따라 정부가 급여를 제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과 전체가 청구할 수 있는 검사를 한의사는 제한하는 형태로 제도가 추진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의료계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요구에 복지부가 밀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복지부가 의료계의 눈치를 보는 사이 (한의사들은) 법적으로 허용되고 할 수 있는 것조차 제한되고 논의구조에서조차 제외되며 싹이 잘리고 있다”면서 “국민건강을 돌보는 의료인이자 치매라는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진단명으로 진단할 수 있는 권리자로 정책적 논의와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인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환자의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위촉하는 협력의사의 자격에서도 일반 한의사는커녕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조차 언급돼있지 않아 한의과에서 근골격계를 제외한 다빈도 상병 3위에 이르는 치매치료가 정책에서는 사실상 홀대당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조충현 과장은 “(치매국가책임제 논의 당시) 선별검사, 신경인지검사 등을 한의사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한의과에서 이뤄지는 한방신경검사에 대한 정의나 범위에 대해서도 분명하지 못했다”면서 “사업을 추진 시 논쟁이 없는 부분부터 시작해 확대해나가는 식으로 방향을 잡았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사업이 여기에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해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확대·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협력의사 자격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정한다”면서 “의뢰받는 협력의사의 수용성에 대한 점도 고려해 신경정신과가 다수로 구성된 것으로 안다. 12월까지 추이를 살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