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과 관련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17’ 적용시기가 1년 늦춰지게 됐다. IFRS17은 세계 보험회사의 재무상황을 같은 기준에 따라 평가·비교하기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제정한 원칙이다. 

만약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시가’로 평가해야한다. 소비자는 재무제표를 통해 보험사의 기업가치와 이익의 원천, 판매된 보험계약을 통한 예상이익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당장 새로운 회계결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는데다 시가 기준으로 지급보험금을 산출해야하는 만큼 지급여력을 담보·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많은 자본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부담을 호소해왔다.

그 때문인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IFRS17 시행 시기를 당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IFRS17 시행 준비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시장 의견 특히, 유럽계 보험사들의 요구를 IASB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럽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여력체계(SolvencyⅡ)를 모델로 설계된 한국형 지급여력체계(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 K-ICS; 이하 킥스) 도입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는 IASB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국내 이해 관계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라는 한국회계기준원의 입장을 전하며 “K-ICS 도입이 늦춰지면 고금리를 감수하면서도 최근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온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IFRS17 논의 경과 등을 참고해 향후 건전성 감독제도 개편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추가적인 검토사항이 있을 경우 IFRS17 도입 준비위원회 논의 등을 통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금융위원회가 밝힌 말을 토대로 보험사들의 IFRS17 준비에 부담이 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킥스 도입이 이뤄질 경우 국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이 반 이하로 떨어지게될 것이라며 회계의 투명성 확보, 소비자 권익보호 등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만 단기간에 추진할 경우 보험사들의 자금압박이 심해져 부채를 얻어 부채(지금여력)을 확보해야하는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반면 반대쪽 일각에서는 RBC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를 그대로 인용해 그동안 보험사들의 회계가 외형상 그만큼 크게 부풀려지고 포장됐던 것이라고 비난하며 소비자의 권익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