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사건은 왜 성대결이 됐을까

이수역 폭행사건은 왜 성대결이 됐을까

기사승인 2018-11-18 00:05:00

‘이수역 주점 폭행사건’이 법리적 판단과는 별개로 극단적 남녀 성대결로 치닫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4시경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벌어진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해 당초 경찰은 남성 3명과 여성 2명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최초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이 급속도로 확산된 배경에는 선혈이 낭자한 상처 사진과 여성 2명을 남성 여럿이 폭행했다는 점, 그리고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성차별적 태도를 보였다는 여성들의 주장에 대한 대중의 감정이입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비롯한 무차별적 강력 범죄가 급증한 것에 대한 분노와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여권신장 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수역 사건에 분노한 대중의 비율이 다분히 여성에 치우쳐져 있었다는 점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는 점, 법리적 판단과는 별개로 남녀 대결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레 일긴 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여성들이 사건 당시 거친 남성 비하적 발언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번에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빌미를 제공했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과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이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남성들의 모욕적 언사를 받아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일뿐 시비를 누가 걸었느냐보다 폭행을 가하거나 주도한 것이 더 핵심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여성 일행 중 한 명은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를 꿰매는 수술을 하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 원인에 대한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이것이 폭행에 의한 상해인지, 양측의 실갱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인지 경찰 수사 결과가 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억측과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남성 위주의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을 비난하고, 반대로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남성들과 경찰의 수사 방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   

현재 경찰은 양측을 불러 조사하면서 각자 촬영했다는 동영상도 제출받아 내용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최초 여성 2명과 말다툼을 한 남녀 커플과 연락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진료기록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그간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해 성희롱·성폭력, ‘묻지마 살인·폭력’ 등의 희생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 당사자로서의 내재된 분노가 이 사건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과 소위 ‘메갈’로 일컬어지는 극단적 남성 혐오주의자들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 표출도 감지된다”면서 “단순 술자리 폭행 시비가 왜 이렇게까지 논란이 됐는지 성평등 차원에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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