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의 도시 브랜드인 인자수성(仁者壽城)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10월부터 수성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국 닝보시 공무원 황참(黄崭·36)씨는 요즘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흔히들 해외 자매도시 간의 교류 근무라고 하면 편안하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를 만나보면 이내 그런 생각은 사라진다.
그는 자매도시인 닝보시와 대구시 간 직원 교류 사업의 하나로 3개월간 수성구청에서 근무한다.
대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 기업자문관이 그의 공식 직책이다.
한국이 첫 방문이지만 이젠 한글을 제법 읽을 줄도, 쓸 줄도 안다. 수성구청의 도움으로 매주 수요일 두산문화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운 덕분이다.
자신의 소개를 청하자 종이에 또박또박 한글 이름을 써내는 그는 닝보 자계시 부해면장이다.
중국과 한국의 공무원 조직 체계가 다르지만 굳이 한국으로 비유하면 5급 사무관, 즉 ‘동장’ 정도의 직급이다.
황 자문관은 선발 과정을 거쳐 대구로 오는 행운을 얻었다. 아직 중국에서는 ‘해외 교류 근무’란 제도 자체가 생소하다니 선택 받은 것임은 틀림없다.
한국 체류에 드는 예산은 모두 닝보시에서 부담한다. 수성구청은 근무지만 제공한다.
대구시가 각 구·군 등에 닝보시 공무원 배정을 신청받자 평소 해외 교류 등 글로벌 사업에 관심이 많던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망설임 없이 황 자문관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법제화·제도화 잘된 한국 공직 문화 배울 것 많아…공무원 체험 프로그램에 특별한 관심”
한 달 보름 정도 수성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 자문관은 한국의 공무원 문화와 행정 시스템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두 나라 공직 문화가 각각의 특징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이 훨씬 더 공무원 제도화와 법제화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공무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은 각 부서 간 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돌아가면 이 내용을 꼭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공무원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수성구청 홍보소통과 직원들이 중요한 일이 있으면 퇴근시간을 따지지 않고 야근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한국 공무원들의 열정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기업자문관으로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만나 상담하면서 그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황 자문관은 상담한 기업들의 제품 정보 등을 모두 중국어로 번역해 닝보시의 기업 담당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다음 달 4일에는 30명의 중국 기업인을 초청해 대구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닝보시에서 전시회를 여는 지역의 한 작가에게도 큰 도움을 줬으며, 중국 파견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의 자녀 학교 문제 등도 자신의 일처럼 챙겼다.
황 자문관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기지 않고 중국으로 연락해 확인한 뒤 자세하게 알려준다.
그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 꾸준하게 친분을 쌓는 것이 좋다”며 “중국 정부에서 주최하는 홍보 설명회와 수입품 박람회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국 음식 다 맛있지만 김치가 ‘으뜸’…처음 접한 홍어회는 유통기한 지난 생선인 줄”
중국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언어 소통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황 자문관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내와 8살 아들을 중국에 두고 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화상통화로 달랜다.
황 자문관은 삼계탕과 불고기, 갈비 등 모든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하지만 특히 김치를 최고로 꼽는다.
특별하게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반찬이지만 어느 요리 못지않게 맛있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과 관련된 일화도 들려줬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황 자문관은 얼마 전 마트에서 맛있어 보이는 생선회를 사서 집에서 먹으려다 코를 찌르는 냄새에 기겁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생선이라 생각하고 익혀 먹으려 열을 가할수록 냄새는 더 진동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수성구청 동료 직원에게 생선회 사진을 찍어 보내고 난 뒤에서야 자신이 사온 음식이 ‘삭힌 홍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한국에 오는 중국인이 있으면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수성구 사랑은 남다르다. 이미 수성구의 도시 특징도 훤히 꿰고 있다.
황 자문관은 “수성구가 ‘대구의 강남’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경제적 잠재력이 대단하고 주민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란 느낌을 받았다”며 “편리한 교통 인프라와 의료·금융·행정의 중심지인 수성구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주민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선진 행정과 평생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정책 등을 벤치마킹해야 될 수성구의 장점으로 꼽았다.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과 대구시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는 황 자문관은 “남은 기간도 두 도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짧은 시간 한국의 문화와 수성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황참 자문관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인자수성(仁者壽城)이 더 발전하길 기원한다”며 인사를 대신했다.
수성구의 도시 브랜드인 인자수성은 ‘깨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쉼터’를 의미한다.
통역=수성구청 관광과 라호영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