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건설현장 속 여성노동자의 삶 “지키는 것도 싸우는 것도 나 홀로”

[르포] 건설현장 속 여성노동자의 삶 “지키는 것도 싸우는 것도 나 홀로”

기사승인 2018-11-23 03:00:00

“건설현장에선 나를 지키는 것도 나여야 하고, 싸워야 하는 것도 나여야 한다. 일의 고됨보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 싸움이 너무나 힘들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국회 사진전’에서 만난 여성노동자 A씨와 동료들은 이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이날 이들은 건설근무현장 내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한 고충에 대해 호소했다. 이들은 조심스럽다가도 분노했고, 어쩔 수 없는 무력함에 끝내 침묵했다.

22일 통계청의 건설업 여성 임시 및 일용근로자 성별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에 종사 중인 여성노동자 수는 2014년 2만7895명, 2015년 3만7461명, 2016년 5만758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의 여성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이로 인해 기본적인 것들도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근무환경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남성 중심의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장 큰 이유는 위계질서 때문이다. 현장에 따라 달라지는 인부들을 통솔하는 게 최우선이어서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확고히 자리 잡혀 있다.  

그리고 이 위계질서의 상위는 현장소장, 작업반장 등 남성이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여성노동자들은 권익이나 이익이 침해돼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상황. 즉, 여성근로자는 건설현장 내부에서 최약자라는 얘기다.

A씨는 “아무래도 건설현장은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일터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여성들이 일한다고 하면 통상 보조적이거나 부수적인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은 여성기능공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연령층은 30대부터 많게는 60대까지 다양하다”며 “일반인은 건설현장에 거의 들어올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까 여성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편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에로사항은 사측과의 상하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였다.

B씨는 “일이 힘들다기보다 사측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부터 받는 상처가 더욱 견디기 힘들다”며 “일단 여성노동자들을 사용하려하지 않고, 출근하게 되더라도 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보다 마치 용돈을 준다는 생각으로 우릴 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지만 잘못 보이게 되면 다음날 현장 출입이 불편해진다”며 “불편함이 커지면 그만둬야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을 위한 보호나 감시체계는 전혀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C씨는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그냥 받아들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며 “더욱 무서운 건 상대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팀에서도 여성근로자를 받기 꺼려한다”며 그 이유로 “우리를 위해 함께 싸워 줘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도 어느 정돈 이해가 된다”며 “일하기도 힘든데 팀원 중에 여성노동자가 있으면 같이 보호해주고 싸워야하는 등 피곤한 일이 되어버리니까 애초에 여성 직원을 받질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내 기수도 처음엔 10명이 넘었었는데 현재 두 명만 남고 다 그만 뒀다“며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많다보니 오래 일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선 나를 지키는 것도 나여야 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것도 나여야 한다“며 ”일이 힘든 것보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 싸움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탈의실과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의 부재도 큰 에로사항 중 하나였다. 건설현장계획 수립 시 여성노동자의 근로환경 제반시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B씨는 “대형건설사는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잘 마련돼 있는 반면, 중견사의 경우 여성들을 위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며 “법으로는 건설현장에 화장실, 샤워실 등을 설치하라고 명시돼있지만, 명목상 컨테이너로 된 간이화장실을 하나 갖다놓는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C씨는 “여성들이 건설현장에서 원체 소수이고 화장실 칸 수도 많지 않다보니까 공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문제는 정작 여성들이 여성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