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남학생인권조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돼

[기자수첩]‘경남학생인권조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돼

기사승인 2018-11-23 14:38:36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이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르는 과정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경남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 조례는 학생 인권 존중, 학교 현장 민주정신 확립 등이 목적으로, 3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임기 내 제정을 천명했다.

그런데 이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박 교육감은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이 조례의 제정을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 등 보수 단체의 움직임이 만만찮아서다.

이들 단체는 이 조례 제정으로 교권 침해 급증, 학생들의 성적(性的) 타락 방조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도교육청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20일 공청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공청회마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날 공청회에 나선 “패널 8명 가운데 6명이 조례 제정 찬성 측”이라면서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반대 측에서 주장했다.

반대 측은 또 이런 중요한 공청회가 최소한 3번 이상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1차례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공청회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사이에 두고 찬성과 반대 측에서 각자 입장을 밝히는 집회를 여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도교육청은 논란이 확산되자 “5곳 이상 권역별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연말 조례 제정을 목표로 한 일정도 해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두고 이 같은 반대 목소리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 이미 도입돼 있는 학생인권조례도 사실 경남이 발원지였다.

과거 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그럴 때 마다 반대 여론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었다.

실패의 쓴 맛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앞선 사례를 교훈 삼아 보다 신중했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큰 이유다.

학생들의 인권 존중과 민주정신을 확립하겠다고 나서는 도교육청이, 결과에 그 과정이 뒷전으로 밀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의 모순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이번 공청회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의 참뜻을 곱씹어보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