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치의로 한의사, 치과의사 참여한다

장애인 주치의로 한의사, 치과의사 참여한다

기사승인 2018-11-30 18:49:57

장애인 건강주치의제 시범사업이 사실상 실패했다. 장애인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가 법을 만들고, 정부가 지난 5월 사업을 시작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사업 당사자인 의사도 외면했다. 보건복지부 또한 미진했음을 인정하고 전면적인 개편을 약속했다. 그 방안으로 민간에서의 요구가 높았던 한의사 사업 참여가 검토되고 있다.

30일 ‘한의약 장애인 건강관리 강화방안마련’을 주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더불어민주당)·김세연(자유한국당)·윤소하(정의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한의사협회가 주관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윤수현 서기관은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참여를 전제로 시범사업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서기관은 현재 파악하고 있는 장애인 주치의제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4가지로 꼽았다. 먼저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는 물론 장애인에게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관절, 통증, 낙상, 욕창 등을 포괄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장애 유형별 전문관리를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3개 모델을 만들어 시행했지만, 현장에서의 수용성이 낮아 참여자가 부족했다.

둘째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대부분인 1~3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하다보니 방문의료나 방문간호 서비스가 활성화돼야하지만 현실에서 방문서비스를 받아들일 만큼의 서비스 수가가 책정되지 않아 공급자의 ‘헌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편의시설 자체가 부족과 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장애인 주치의제 관련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참여 공급자들에게 편의시설을 구축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운데다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인 주치의제 관련 정보를 전하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장애인 건강주치의제, 실패 원인은?

이 같은 평가를 내린 배경에는 사업 참여자들과 수혜자 모두가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현실에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시범사업 참여현황을 살펴보면 교육을 받은 의사들은 312명, 등록 주치의는 268명이다. 그러나 활동하는 주치의는 48명에 불과하다. 참여 장애인도 302명뿐이다. 

장애인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대기실 청각안내장치나 영상모니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한 병원은 전체 참여기관의 8% 남짓이었다. 장애인용 승강기가 설치된 곳도 57.4%가 전부였다. 주출입구 자동문을 설치하거나 주출입구 바닥 턱을 제거한 곳도 62.5%와 67%로 30% 이상은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이었다.

이용석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실장은 토론에서 “장애인의 진료비는 1인당 연간 439만원을 쓴다. 전체국민 평균 133만원의 3.3배, 노인 344만원의 1.3배에 달한다. 의료비용은 더 많이 쓰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서 “평균수명 또한 10년이 짧다. 장애인 77.2%가 고혈압, 당뇨 등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된 장애인건강권법과 그에 근간한 시범사업이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의료진의 저조한 참여로 제도를 위한 사업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하다”면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위해서도 방문진료에 강점을 가진 한의사의 사업참여를 허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의 사례를 들며 “현대의학에서 타고난 체질일 수 있다며 치료를 못했던 것을 한의원에서 ‘심장열’로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했다”면서 “환자들은 주 장애 외에 불면증이나 통증 등 2차 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다. 한방치료가 겸해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당부했다.

이에 윤 서기관은 “편의시설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떻게 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 이동수단이나 방문진료를 좀 더 강화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와 가정의학회 등을 통해 단체로 접수를 받아 연말까지 350명 정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선택권이다.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참여를 전제로 어떻게 해야 장애인 건강주치의제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면서 “시범사업 시행에 맞춰 설치한 장애인 건강주치의제 추진위원회 산하 평가전문위원회와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전문가나 장애인 등의 의견을 받아 내년에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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